16일 ‘오리발 귀순’ 북한 남성이 착용한 것과 유사한 머구리 잠수복. 북한 남성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
16일 ‘오리발 귀순’ 북한 남성이 착용한 것과 유사한 머구리 잠수복. 북한 남성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자료사진
네오프렌 소재의 일체형 방수복인 드라이슈트. 거의 완벽한 방수가 되는 이 드라이슈트를 입으면 찬물 속에서도 3∼6시간 동안 체온이 유지된다. 자료사진
네오프렌 소재의 일체형 방수복인 드라이슈트. 거의 완벽한 방수가 되는 이 드라이슈트를 입으면 찬물 속에서도 3∼6시간 동안 체온이 유지된다. 자료사진
박정환 함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오리발 귀순’ 북한 남성의 이동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국회 공동사진
박정환 함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17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오리발 귀순’ 북한 남성의 이동경로를 설명하고 있다. 국회 공동사진
탈북자, 북한 개인 잠수어부인 ‘복장쟁이’ 주장
예비역 장성 등 “특수요원 아니면 불가능한 일”


얼음장같이 차가운 겨울 동해바다를 약 6시간 동안 10㎞를 헤엄치고 월남한 이른바 ‘오리발 귀순’을 한 20대 초반 북한 남성 정체를 두고 네티즌과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예비역 장성 및 군사 평론가, 네티즌들은 저체온증에 걸리지 않고 6시간 이상 얼음장 같은 겨울바다를 한밤중에 수영하려면 우리의 해군특수전전단( UDT/SEAL) 요원과 같은 특수요원이 아닌 일반 민간인들은 불가능하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 수산업에 정통한 탈북자를 비롯한 일부 예비역 장성 등은 조류를 잘 이용하고 물이 스며들지 않는 잠수복만 갖추면 6시간 장시간 겨울바다 수영도 가능하다며 반론을 편다.

◆“드라이슈트도 저체온증으로 힘든데, 허접한 머구리 잠수복으론 불가능”

군사평론가인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드라이슈트를 입고 수영을 해도 겨울바다에서 1시간 정도 버티기가 쉽지 않다”며 “특수전부대 출신에 불굴의 정신을 가진 전문요원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양 교수는 한 해군 심해잠수사(SSU)는 “조류 도움 없이 6∼7㎞ 겨울바다 수영은 고도의 훈련이 안 된 일반인에게는 한계치”라고 말했다. 김형철 전 공군참모차장은 “완벽한 저체온증 방지 슈트도 찬물 속에서 최대 6시간 생존 가능한데 머구리(바다에 들어가 고기를 잡거나 해산물을 채취하는 잠수 어부) 잠수복으로 6시간 수영은 불가능할 것”이라며 “공군 조종사들도 동계 해상비행할 때는 방수복 차림인데 머구리 방수복 차림으로는 수영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SSU 요원은 “슈트를 착용하면 기본적으로 떠 있고 조류를 받으면 남쪽으로 내려올 수는 있지만 일반인이 하기에는 쉽지 않다”며 “겨울바다 6∼7㎞ 수영은 훈련이 안 된 일반인에게는 한계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겨울철 동해 조류 흐름은 근해는 남에서 북, 외해는 북에서 남으로 흐른다.

겨울철 타고 있던 선박이 침몰해 물속에 뛰어들기라도 하면 저체온증이 순식간에 찾아온다. 영상 10도의 수온에서도 1시간 내에 저체온증이 올 수 있다. 네오프렌 소재의 일체형 방수복을 입으면 찬물 속에서도 3∼6시간 동안 체온이 유지된다. 북한 남성이 입고 온 머구리 잠수복이 6시간 이상 장시간 찬물 속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완벽한 방수가 될지는 의문이라는 주장이다.

◆북한 개인 잠수어부 ‘복장쟁이’면 가능

하지만 머구리 방수복이라도 겨울바다에서 완벽한 방수가 되면 6시간 수영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북한 함경북도 청진 수산사업소에서 장기 근무한 뒤 2011년 탈북한 장경남 씨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에는 창으로 고기를 잡는 개인 잠수어부인 ‘복장쟁이’들이 많이 있다”며 “잠수복 부력으로 물에 떠 있고 복장(머구리 잠수복)에는 일절 물이 안 들어오며 얼굴만 밖으로 내미는데 그 정도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장 씨는 “겨울에는 북서풍이 불어 오리발로 10㎞ 정도 이동하는 데는 문제 없을 것”이라며 “조류보다는 바람의 영향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남성의 출발지를 북한 강원도 통천 또는 고성으로 추정했다. 그는 20대 초반 남성의 군 복무 여부와 관련 “북한은 출신 성분이 나쁘거나 부모가 없으면 군복무가 배제된다”고 밝혔다.

◆당시 수온은 8도… 솜을 넣은 머구리 잠수복

서욱 국방부 장관은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북한 귀순자를 포착하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데 대해 “장관으로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또 북한 남성이 민간인인지, 군인인지를 묻는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의 질문에 “초기 합신(합동신문)에서 민간인이라고 진술했다”고 답했다. 그는 추운 날씨에 북에서 넘어오려면 10㎞ 정도를 헤엄쳐야 하는데 가능하겠느냐는 신 의원의 지적에는 “수영해서 온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방수복처럼 일체형으로 된 그 안에 솜동복을 입고 줄을 졸라매 완전히 물이 스며들지 않게 옷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며 “잠수하고 수영한 게 6시간 내외가 되는 것으로 진술했다”고 전했다. 박정환 합참 작전본부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해안 감시와 경계 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있었다고 평가한다”며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가 합동 현장 조사에 이어 후속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16일 밤 동해바다 수온은 영상 8도 정도였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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