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충돌하지 않고 착륙하는 방법│브뤼노 라투르 지음│박범순 옮김│이음
그렇다면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여기서 책은 빌 게이츠의 화제작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같은 책과는 갈라진다. 게이츠가 기후재앙을 피하는 방법으로 탄소 제로 사회 등을 제시하는 데 비해 라투르는 실질적 정책이나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그 대신 우리는 지금 왜 여기에 와 있는지 정치적 맥락과 그 역사를 추적하고, 철학적인 틀, 미래를 향해갈 태도, 지향, 바로 우리에게 필요한 지도를 손에 쥐여 준다.
이 지도의 근거는 저자의 핵심 사상인 ‘행위자-연결망 이론(ANT·Actor-Network Theory)’이다. 인간과 비인간, 주체와 객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근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자연도 하나의 행위자로 보는 이론이다. 인간만으로 구성된 사회와 비인간만으로 이뤄진 자연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저자는 그 연장 선상에서 지구는 인간을 위해 자원을 공급하는 ‘환경’이 아니라 세계의 운명에 직접 관여하는 ‘정치적 행위자’이며, 인간 역시 이 지구에 속한 여러 생명 행위자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만약 인간이 지구를 위기로 몰고 간다면 지구 역시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대응행위를 할 것이며, 인간이 조절한다면 지구 역시 재차 조정해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희망했다. 이것이 라투르가 말하는 우리 시대 공통의 지향점이다. 제목이 말하듯 우리는 지구와 충돌하지 않으면서 이 땅에 착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168쪽, 1만80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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