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이 슌지(岩井俊二) 감독의 첫 장편영화 ‘러브 레터’의 힘은 강력하다. 일본에서 1995년에 제작돼 국내엔 1999년 소개된 후 벌써 26년이 흘렀지만 영화의 감동적인 순간을 기억하는 팬이 여전히 많다. 여주인공 이쓰키(나카야마 미호)의 1인 2역, 홋카이도(北海道) 오타루(小樽)의 설원, 레메디오스의 ‘어 윈터 스토리’ OST, 그리고 무엇보다 이쓰키가 간절히 외치던 “오겡키데스카~”….
‘러브 레터’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크게 흥행하며 이와이 감독에게 데뷔작이 대표작이 되는 짜릿한 경험을 안겼다.
하지만 첫 작품 성공의 그림자가 컸던 탓일까. ‘러브 레터’ 이후로는 이렇다 할 이목을 끌지 못했다. 2010년 이후엔 더욱 활동이 줄었다. 그에 대한 추억과 비평이 희미해질 무렵, 그가 ‘라스트 레터’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편지다. 무려 20여 년이 흘렀고, “‘러브 레터’는 내게 행운이지 부담은 아니었다”고 했지만 스스로 “‘러브 레터’ 파트2 같은 분위기로 제목을 정했다”고 한 것처럼 작정하고 만든 느낌이 든다. 주인공인 신예 히로세 스즈의 1인 2역, 편지를 엇갈리게 하는 트릭,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감성이 그대로다.
세상을 떠난 언니 미사키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 언니의 고교 동창 모임에 참석했던 동생 유리(마쓰 다카코)가 자신을 미사키로 오해한 선배이자 과거 짝사랑의 상대 교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와 편지로 교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디지털 SNS 시대에 꽤나 고루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와이 감독은 디지털 시대 손편지의 가치를 영화를 통해 강조한다.
20년이 지나도 첫사랑을 대하는 사람들의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만나고, 기억하고, 소통하는 게 중요함을 보여준다. 다만, ‘러브 레터’부터 계속돼온 정형화된 여성상은 마음에 걸린다. 그의 작품 속 첫사랑은 늘 맑고 순수한 캐릭터였다.
이와이 감독은 “영화에 대한 감상을 SNS에 올려줘도 좋고, 괜찮다면 편지로 보내줘도 좋겠다”고 했다. 개봉은 24일. 전체 관람가.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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