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주 레터’ 통해 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리더십

130만 직원 이끄는 경영철학
‘높은 기준’절대로 양보 말고
잘못된 결정 되돌릴수 있으니
리스크도 과감하게 감수해야

인재발굴·육성으로 내부혁신
모든 직원 위한 평생교육 선도


“가장 높은 기준과 혁신·창의성”(1997년), “데이 1(Day 1·초심)을 잃지 않는 주인의식과 최고의 인재 육성”(2013년),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과 소신 및 헌신”(2016년), “과감한 행동”(2017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1997년부터 매년 발송해온 ‘레터(Letters)’ 형식의 주주 보고서를 통해 밝힌 7가지 리더십 항목이다. 130만 명의 직원을 비롯해 수억 명의 고객과 회원사를 이끄는 베이조스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24년 전 첫 레터에서부터 혁신을 강조한 뒤 최고의 인재 채용·육성 의지를 역설했다. 1997년과 2013년 레터에서는 리더는 높은 기준을 절대로 양보하지 말아야 하며, 초심을 잃지 않는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혁신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2016년 신속한 의사결정과 동의하지 않는 사안에 대한 이의 제기 의무, 2017년 지나친 숙고보다는 과감한 위험 감수까지 리더에게 요구하는 덕목이 점점 구체화됐다.

이 덕분인지 아마존은 최단 기간 매출 1000억 달러(약 110조7500억 원)를 달성한 기업이자, 애플에 이어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한 두 번째 기업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베이조스도 잠시 일론 머스크에게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2017년 이후 세계 1위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성공과 부를 동시에 거머쥔 이 정보기술(IT) 혁명가는 올 하반기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 뒤 언론 개혁과 기후변화, 우주 분야에서 새로운 꿈 개척에 나선다. 베이조스의 ‘레터 리더십’을 통해 증명된 혁신이 IT 분야를 넘어 다른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할까. 전 세계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더십의 핵심은 ‘초심’과 끝없는 아이디어에 대한 갈증 = 베이조스의 리더십을 한마디로 응축하면 ‘데이 1’으로 표현되는 초심이다. 데이 1은 아마존의 공식 블로그 명칭이며,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 본사 건물의 이름이기도 하다. 1997년 첫 번째 레터에서 베이조스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새로운 일도 너무나 많습니다. 사람들은 아직 인터넷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오늘이 언제나 데이 1이라는 것도 알지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조스는 지난 2일 CEO 사임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한 레터에서도 “난 여전히 출근할 때 탭댄스를 출 정도로 신이 나지만, 이번 변화에 대해서도 역시 신이 난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가장 독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첫날(데이 1)이다”라고 전했다. 초심과 창의성을 퇴임사에서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스티브 앤더슨 경영 컨설턴트는 “베이조스는 기업이 커지면 창업 정신과 중소기업이 갖는 열정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데이 1의 상징성을 회사 곳곳에 심어 놨다”고 말했다.

또 베이조스는 아마존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요구한다. 아마존 직원들은 자신이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매니저에게 제안할 수 있다. 아이디어의 효과가 증명되면 개인, 팀, 부서, 그룹 전체에 걸쳐 적용된다. 베이조스는 “우리 회사에서 여러 개의 작은 씨앗과 같은 아이디어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지켜본 사람이 많다”며 “우리 기업 문화는 이런 새로운 비즈니스가 큰 잠재력을 갖고 혁신적이며 차별적일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내부 혁신은 인재에 달렸다…퇴사 장려금 등 다양한 지원책 = 베이조스는 인재 발굴·육성이 내부 혁신의 핵심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아마존은 직원들을 위한 평생교육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실례로 커리어 초이스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직무와 상관없이 비행기 정비나 간호학 같은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교육비의 95%를 미리 지원해주는 제도다. 베이조스는 “이 프로그램은 아마존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취업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다”며 “또 다른 회사가 아마존의 교육 투자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어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강력한 노동력을 구축하는 혁신적인 방법이다. 커리어 초이스 프로그램을 수강하는 아마존 직원이 당장 사직할 수도 있지만, 획기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는 퇴사 장려금 제도도 있는데, 베이조스는 “잠시 시간을 내서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도록 권장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원하지 않는 직장에 머무르는 직원은 본인에게도 회사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이를 위해 아마존은 직원들이 자택에서 특정 제품에 대한 고객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가상연락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근무 장소에 대한 유연성을 통해 일하고 싶지만 자녀 양육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직원들을 배려하는 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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