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새로운 ‘외교 통화(通貨·currency)’로 떠오르고 있다. 이스라엘이 러시아가 생산한 스푸트니크V 백신을 대리 구매해 시리아와의 수감자 교환 대가로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 또 이스라엘은 다른 아랍 국가들과의 외교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을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 최대 백신 제조국인 인도와 석유 부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백신 외교’를 본격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1일 이스라엘 정부가 러시아에 돈을 지급하고 러시아는 스푸트니크V 백신을 시리아에 보내는 방식으로 시리아에서 체포된 이스라엘인 2명과 이스라엘에 구금된 시리아인 2명을 맞교환했다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수감자 맞교환 거래를 위해 백신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다른 아랍 국가들과의 외교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을 이용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유력 경제지인 이코노믹타임스도 최근 “백신이 외교의 새로운 통화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대 백신 제조국인 인도는 백신의 주변국 공급을 통한 외교에 나섰고, UAE는 막대한 자산을 바탕으로 동맹국들을 대신해 백신을 사들이고 있는 것. 인도 사회경제진보센터의 콘스탄티노 자비에 연구원은 “주변국 정세가 복잡해진 상황에서 백신은 인도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분석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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