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폭력·살인 거부 사유 인정

종교가 아닌 폭력에 대한 거부 같은 비종교적인 신념도 양심적 병역거부 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여호와의 증인 등 종교적 신념이 아닌 개인적인 신념을 예비군 훈련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한 첫 번째 판례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이흥구)는 예비군법 위반, 병역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신념이 아닌 윤리·도덕·철학적 신념에 의한 경우라도 진정한 양심에 따른 예비군 훈련 거부에 해당한다면 예비군법이 정한 정당한 거부 사유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A 씨는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6차례에 걸쳐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예비군법 15조 9항 1호는 정당한 사유가 없이 예비군 훈련을 거부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A 씨는 1심과 2심에서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 재판 당시 A 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은 어머니 사이에서 성장해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며 “미군이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1, 2심 재판부 모두 “양심이 진실하지 않다면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는 것이 훨씬 유리할 것임에도 양심과 타협하지 않기 위해 훈련 거부를 선언하고 있다”며 A 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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