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달 6일까지 ‘한국 전설의 추상회화’ 기획展
작고한 김환기·윤형근 포함해
박서보 ‘묘법’ 하종현‘접합’등
9명 작품 각 2점씩 노화랑 전시
“나이 잊고 창작 활동에 몰두”
미술계 “코로나로 주춤했지만
세계에 단색화 알리는 힘 될것”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계속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1세기의 그림은 사람들의 불안을 치유해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색채를 쓰려고 하지요.”(박서보·오른쪽 사진)
“나이를 잊고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으로 집중하니 즐겁습니다. 과거 작품보다 요즘 것이 더 좋다는 평들을 해주니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하종현·왼쪽)
한국 추상미술의 두 거장은 여전히 그림을 그리며 삶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고 했다. 감염병 사태 속에서도 국내외 갤러리들이 잇따라 전시를 열어주는 덕분에 창작 동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두 작가는 서울 인사동 노화랑이 24일부터 내달 6일까지 여는 기획전 ‘한국 전설의 추상회화’에 참여한다. 우리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린 단색화 거장들의 대표작을 선보이는 전시다. 작고한 김환기(1913~1974), 윤형근(1928~2007)을 포함해 박서보(90), 정상화(89), 하종현(86), 최명영(80), 서승원(79), 이강소(78), 김태호(73) 화백의 대형 작품이 각각 2점씩 총 18점이 걸린다.
미술평론가 윤진섭은 전시 도록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형성한 주역들로 각기 고유한 특색을 드러내면서 무르익은 화풍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단색화 열풍이 감염병 사태로 주춤했으나, 다시 한국 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 디딤돌로 이번 전시를 마련한 것”이라고 했다.
노 대표가 ‘꿈과 희망이 넘치는 대가’라고 표현한 박서보 화백은 이번 전시에 ‘ECRITURE NO.11093’(2011)과 ‘ECRITURE NO.130201’(2013)을 내놨다. 그의 브랜드인 ‘묘법(ECRITURE)’ 연작 일부로, 한지를 활용했다. 박 화백은 “색채는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종현 화백은 이번에 대표 시리즈 ‘접합(Conjunction)’을 선보인다. 캔버스 뒤에서 물감을 밀어내 전면으로 배어 나오는 형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그는 4월 미국 뉴욕 티나킴 갤러리에서, 내년에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시를 할 예정이다. 그 역시 경기 고양시 일산 자택에서 창작에 열중하고 있다. “전시회에 맞춰 작품을 내놔야 하니 요즘도 정신없이 일합니다, 하하.”
한편 이번 전시에 나온 김환기의 ‘무제’ 연작은 1970년과 1974년 작으로, 면포에 푸른색 점들이 번진 특유의 화풍을 보여준다. 윤형근의 두 작품은 ‘번트 움버와 울트라마린(Burnt Umber & Ultramarine)’으로 1996년 작이 1993년 작에 비해 색의 번짐 효과가 작아 흥미롭다.
정상화의 ‘무제’ 연작은 1986년, 1990년 작으로, 화면의 사각형 단위가 정교하다. 최명영의 ‘평면조건 20-815’는 손가락을 사용해 물감을 밀어내는 방식으로 만든 작품이다. 반면에 ‘평면조건 20-821’은 붓을 썼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서승원 연작 ‘동시성(Simultaneity)’은 기하학적 형태가 해체되고 색역(色域) 경계가 흐려지는 특징을 보여준다. 이강소의 ‘청명(Serenity)’ 시리즈는 서예의 필획과 오리 이미지를 결합했고, 김태호의 ‘내재율(Internal Rhythm)’ 연작은 화면 밑에 중층의 색을 내장했으나 단색으로 보인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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