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왓골 가지런한 북촌마을에 봄을 시샘하는 흰 눈이 내렸다.

고만고만한 지붕들이 눈을 뒤집어쓴 채 처마를 맞대고 있는 모습이 정답다.

종로구 북촌은 고층 아파트와 빌딩이 빼곡한 서울 도심에서 몇 안 남은 한옥 마을.

경복궁·창덕궁 등 궁궐과 가까워 예부터 지체 높은 양반들이 살았는데,

도시화로 서울 인구가 급격히 불자 건축업자들이 가회동·계동 등에

개량 한옥을 집단으로 지어 공급하면서 지금의 북촌 모습이 되었다.

독특한 풍광 때문에 근래 찾는 이들이 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한다지만

서울의 옛 자취가 이렇게라도 남아 있는 게 반가워

춘설을 핑계 삼아 길을 나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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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노트

눈 내린 북촌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지만 미끄러운 비탈길을 오르내리며 촬영 포인트를 찾아다니는 건 쉽지 않았다. 주위에 높은 전망대가 없어 위에서 내려다본 장면을 찍기도 어려웠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관광객들이 줄어 덜하지만 현지 주민들 중에는 카메라 시선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많은 만큼 무리한 사진 욕심으로 주민들의 생활을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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