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고형 이상 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하반기 중 시행에 들어간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 관계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의사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번 개정안은 모든 범죄로 범위를 넓혔다. 의협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의협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이 제출한 의료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변호사를 비롯해 공인회계사, 법무사부터 세무사, 변리사 등 다양한 자격증 기반 전문직들이 죄명과 관계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박탈하고 있다. 면허 재취득 가능 기간에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의료법 개정안과 마찬가지로 실형뿐 아니라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아도 자격이 정지된다.

의협에선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며 변호사와 의사의 직무를 동등한 잣대로 자격을 규제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헌재는 변호사가 낸 헌법소원에 대해 ‘의사 등은 직무 범위가 전문 영역으로 제한되지만, 변호사는 법률사무 전반에 미친다’는 취지로 기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헌재의 결정이 의사의 직무적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법조계 해석이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전 헌법학회장)는 “의료인이란 직업에 대해 상향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사회적 기대가 있다”며 “위헌제청이 있더라도 입법재량 범위라고 해석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통상적인 교통사고가 나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는 의협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르면 사망·뺑소니 사고를 비롯해 10여 개 사고에 대해서만 형사 처벌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며 경미한 과실에 따른 사고는 해당되지 않는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냈을 때 가중처벌을 받는 ‘민식이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적용받는 경우라 하더라도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무부에 따르면 개정안 시행 후 6개월간 기소율이 37.5%로, 일반 교통사범의 기소율(50% 이상)보다 낮았다.

김수현 기자 sal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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