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ISS ‘밀리터리 밸런스’ 보고서

작년 세계국방비 지출액 2029조
전년比 3.9%늘어 ‘역대최고치’
美, 826조 지출 전체 40% 달해
中 증가액도 亞 총합보다 많아

韓 예산은 45조… 세계 10위


전 세계 주요국들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와중에도 국방비 지출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피해가 컸던 미국과 감염 사례가 가장 먼저 보고되며 전면 봉쇄에 나섰던 중국이 지출 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하면서 오히려 군사력을 더 키웠다. 한국은 45조 원가량의 방위비를 지출하며 세계 10위에 오른 가운데 유럽과 러시아 등 군사 강국들의 지출 증가 기조도 이어졌다.

영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전 세계 171개국의 군사력을 평가해 25일 공개한 ‘밀리터리 밸런스(군사균형) 2021’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국방비 지출액은 총 1조8300억 달러(약 2029조 원)로, 전년 대비 3.9% 늘었다. 팬데믹으로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4.4% 감소했는데도 2019년과 유사한 증가율을 유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미국이 가장 많은 7380억 달러(약 826조 원)를 지출했는데, 이는 전체의 40.3% 수준일 뿐 아니라 상위 2~15위 국가들의 지출액을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다. 2위를 기록한 중국은 1933억 달러(약 217조 원)를 지출하며 아시아 지역 전체의 증가세를 견인했다.

미·중 양국은 지난해 전 세계 국방 지출 증가분의 3분의 2를 차지하며 군사 패권 경쟁을 지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IISS는 “팬데믹으로 군 인력이 보건 업무에 투입되고 군사 훈련이 축소·연기되면서 전 세계 방위시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코로나19라는 ‘공통의 문제’를 다루는 일은 국가 간 관계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팬데믹은 역설적으로 각국 정부가 사회적 복원력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국방과 안보의 개념을 넓혀 ‘회색 지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IISS는 특히 이번 보고서에서 중국이 자국 연안 해상에 전력을 투사하는 능력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이 보유한 코르벳함(초계함) 수는 최근 5년간 2배 이상으로 늘어 지난해 55개에 이르렀고, 대형 수륙양용 전함 역시 2015년 이후 2배가량으로 증가한 6척으로 조사됐다.

중국 국방예산의 실질 증가율은 2019년 5.9%에서 2020년 5.2%로 다소 축소됐지만, 명목상 증가액은 다른 모든 아시아 국가의 총합을 뛰어넘는 120억 달러에 달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20% 가까이 증가한 유럽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들의 국방비 역시 지난해 2% 증가율을 보이며 기존 추세를 이어갔다. IISS는 유럽 주요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행된 군축 계획을 되돌리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2021년 국방비 지출이 가장 빠른 지역은 유럽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이 요구했던 ‘GDP 대비 2%’ 목표치를 달성한 국가는 28개국 중 9개에 불과했다. 5위에 오른 러시아의 경우 군 현대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지르콘 극초음속 미사일을 도입한 것이 해군 공격력을 끌어올리게 된 주요 이정표로 평가됐다.

한국은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함께 지난해 국방 예산을 줄인 국가로 꼽혔지만, 지출 규모 404억 달러로 상위 10위에 올랐다. 다만, 미국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주둔군 규모를 2500명 수준으로 줄임에 따라 이 지역 내 미군 규모는 2001년 전쟁 이후 최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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