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범 사회부 차장

“고관대작 열 마디 중 일곱 마디가 거짓말이더라. 하지만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산 정약용이 18년 동안 귀양살이를 하면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부한 말이다. 두 세기가 지났지만 ‘다산의 법칙’은 지금 더 유효하다. ‘정의’의 보루인 사법부 수장조차 서슴지 않고 거짓말을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영어명에 ‘정의(Justice)’를 사용하는 법무부 장관의 거짓말도 이젠 예삿일이 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 24일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키는 것이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라면서 “어느 나라도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가지고 심지어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올 6월 목표로 관련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는 ‘친조국 강경파’ 편에 서며 여권 내 신중론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이날 “궁극적으로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가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가세했다. 물론 두 주장 모두 거짓이다. 추 전 장관이 든 독일, 일본은 모든 사건에 대해 검사의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추 전 장관은 검사실마다 수사관을 두는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으나 본인이 예시로 든 일본만 해도 도쿄·나고야·오사카 검찰청에 특별수사부를 둔다. 박 장관은 수사·기소 분리가 글로벌 표준이라고 했으나 실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29개국이 헌법·법률에 검사의 수사권을 명시하고 있다. 박 장관은 심지어 저널리즘 언어로 표현하자면 ‘속도 조절’을 주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진의조차 언론의 자의적인 해석처럼 포장해서 사실상 잘라 먹었다는 초유의 각색 논란까지 빚고 있다.

거짓말 뒤엔 늘 의도가 있다. 강경파 원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한 얘기에 단서가 있다. 조 전 장관은 당시만 해도 “이미 검찰이 잘하는 특수수사 등에 한해 직접 수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나 지금은 “기소·수사 분리가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라고 강변한다. 앞뒤 자르고 한마디로 요약하면 검찰이 잘하는 권력 수사를 더는 못하게 하는 게 ‘검찰 개혁의 완성’이라는 얘기다. 당장 검찰 안팎에선 “형사 사법체계를 무력화하고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틀어 막겠다는 것”이라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진다.

물론 스카이캐슬 주제곡 ‘위 올 라이(We all lie)’처럼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고관대작의 거짓말이 무서운 것은 그 위에 공고해질 ‘유권무죄(有權無罪)’의 세상이다. 당장 권력가, 재력가의 중대 범죄 수사가 실패로 돌아가면 국가, 국민이 볼 피해는 중대하고 회복 불가능하다. 이미 1조 원대 피해를 국민 세금으로 메꿔야 할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만 해도 검찰 수사는 범여권의 조직적인 반발에 변죽만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대륙법을 따르는 국가 중 무장한 치안기관에 형벌권을 허용하는 곳은 없다. 자유주의 사상과 프랑스 혁명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합의다. 역설적이게도 집권 여당이 된 민주화 세력이 시민 혁명을 통해 수백 년에 걸쳐 정교하게 만들어 온 사법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결국 중국과 같은 전체주의 국가를 조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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