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간 동안 수영을 하며 잠수복 귀순을 한 북한 남성이 남측에 도착한 후 군 초소를 피한 것은 강제 북송의 우려 때문이란다. 과거 군사분계선(MDL)이나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탈북자는 북한군으로부터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빨리 군(軍)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 16일 동해의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월남을 시도한 북한 주민은 우리 군 당국을 믿지 못하고 피해 다녔다. 향후 탈북자가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우리 군을 피하는 것이 상책이 된 셈이다. 탈북 주민의 국군에 대한 불신은 도대체 어떻게 형성됐을까?
우선, 원죄는 정부의 2019년 강제 북송이다. 당시 오징어잡이 배에서 동료 선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던 북한 어민 2명은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북송을 강행했다. 인권단체들은 정부의 북송 결정에 대해 ‘반인권적 조치’라고 비판했다. 또한, 남북 관계에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해 정부가 발 빠르게 북송했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업무를 총괄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최근에도 “(그들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안 봤다”고 했다. 이후 북한은 주민들에게 탈북자는 남측이 무조건 북송한다고 선전한다. 지난해 국내에 들어온 탈북민은 229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북·중 국경을 철통 봉쇄한 탓이지만, 북한 당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허위 선전 확산도 한 원인이다.
최근 22사단 관할의 배수로 귀순은 우리 군의 경계 실패와 매뉴얼의 미준수 등 내부 허점도 적지 않다. 첨단 감시장비와 경보벨 등을 설치했으나 CCTV에 8번이나 포착된 귀순자가 체크되지 않았다. 과학적인 경계 장비지만 평소 오작동이 많아 경계 장병들은 출퇴근 간부로 오인했다고 한다. 개인 잠수 어부가 ‘머구리(잠수복)’에 오리발을 착용하고 10㎞ 거리의 얼음장 같은 겨울 바다를 헤엄쳐 오는 동안 TOD 등 전자 장비는 먹통이었다. 귀순 통로로 활용된 배수로의 존재 자체도 인지하지 못했다. 군 감시 장비에서 북한 남성을 처음으로 확인한 뒤 실제 신병을 확보하는 데도 약 3시간이나 걸려 경계 실패는 물론 늑장 대응 등 총체적 부실이다.
그동안 노크 귀순, 숙박 귀순, 정박 귀순, 월책 귀순으로 이어진 경계 실패는 이번 사태까지 최근 10년 사이에 5번째다. 군 당국은 이례적으로 ‘헤엄 귀순’ 경계 실패를 자인하는 자체 조사 결과를 내놨다. 소 잃고도 외양간이 고쳐지지 않는다. 9·19 남북 군사합의 이후 경계 태세는 와해됐다. 부대 지휘관 역시 육본의 기류를 살피는 데 급급하다. 북한군이 남침할 수 있는 적(敵)이라는 군의 인식이 미흡한 상태에서 고가의 장비는 스마트폰보다 못하다. 대적관이 약화된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합참은 장병들에게 평화를 강조하기보다는 주적(主敵)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귀순 통로가 되고 있는 고성지역 22사단에 대한 특별경계 강화 등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 또한, 대북전단금지법 통과 이후 북한 주민 대상의 정보 유입이 차단되는 데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남으로 넘어가면 한국군이 사살한다’는 북한의 허위 정보를 뒤집을 심리전도 마련해야 한다. 군의 이례적인 경계 실패 자인에 상응하는 절치부심의 대책 수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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