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유죄…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박근혜 정부 때 집필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 내 ‘대한민국 수립’ 문구를 문재인 정부 들어 집필자 동의 없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무단 수정한 교육부 실무자 2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박준범 판사)은 25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사문서위조 교사·위조사문서행사 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교육부 전 교과서정책과장 A 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교육부에 파견돼 교과서 편찬 업무에 관여한 지방교육청 소속 교육연구사 B 씨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 씨는 2016년 집필된 2018년용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속 ‘대한민국 수립’을 2017년에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꾸고 ‘북한은 여전히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는 문장을 삭제하는 등 213곳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하급 직원에게 편찬위원회 협의록에 편찬위원장 도장을 임의로 찍게 시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집필 책임자였던 박용조 진주교대 교수는 “나도 모르게 정권 입맛에 맞게 교과서 내용이 수정됐다”고 폭로한 바 있지만 교육부는 “집필자들이 자율적으로 수정한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박 판사는 ‘편찬위원장이 교과서 수정에 반대하자, A 씨 등이 일부 교수와 교사를 위촉해 내용 수정을 협의한 뒤 교과서를 고쳤다’는 취지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박 판사는 “‘대한민국 수립’을 ‘정부 수립’으로 바꿔 달라는 전화 요청을 한 차례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편찬위원장을 완전히 의사결정에서 배제했다”며 “실무자의 전화 부탁을 교육부 최종적·공식적 입장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전까지 ‘대한민국 수립’ 문구를 지적하는 민원 등에 “문제없다”고 하던 A 씨가 새 정부 들어 갑자기 정반대 행위를 한 것도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박 판사는 “A 씨는 다른 직원에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문구를 바꿔야 한다는 취지의 허위 민원을 제기하게까지 했다”며 “피고인은 미래 세대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에서 중요한 사무를 담당하던 중 이런 범행을 했다”고 꾸짖었다. 무단 수정된 해당 교과서는 당시 전국 초등학교 6064곳, 학생 43만3700여 명에게 배포돼 교재로 사용됐다.

대전=김창희 기자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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