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릴 나스 엑스(위쪽 사진)가 뱀파이어로 특수분장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가수 더 위켄드가 부자연스러운 성형수술을 한 것 같은 분장을 한 채 노래를 부르는 모습. 릴 나스 엑스 페이스북, 더 위켄드 뮤직비디오 캡처
테일러 스위프트·더 위켄드 등 부푼 턱·가는 코·흉터 느낌… 생물학적 한계 벗고 자유롭게
공포영화와 좀비물 출연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특수 분장이 대중 가수와 패션쇼 모델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성형수술을 한 것처럼 얼굴에 보형물을 넣은 화장을 하거나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 위해 특수분장을 하는 스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캐’(부캐릭터) 열풍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려는 욕구가 커진 가운데, 특수분장이 생물학적 한계에서 벗어나는 방법이자 놀이 수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BBC는 “특수분장을 하는 팝 스타들이 많아졌다”며 “이들이 급진적인 방식의 화장을 하면서 자신의 예술 영역을 확장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명 스타들에게 특수분장은 대중에게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다른 존재로 변할 수 있는 유희 수단이다. 리듬앤드블루스(R&B) 스타 더 위켄드는 최근 성형수술을 한 것 같은 메이크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뮤직비디오에서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받은 듯 볼과 입술이 과장되게 부풀고 코가 가늘어진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MTV 뮤직어워드에선 얼굴을 붕대로 감고 나와 팬들로부터 성형수술을 했다는 오해를 샀다. 그는 최근 슈퍼볼 무대에서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돌아보자는 생각으로 이런 화장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발렌시아가의 파리 패션위크 SS 컬렉션에서도 모델들은 단체로 광대뼈를 깎고 입술을 부풀린 모습의 특수분장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발렌시아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즈바살리아는 이에 대해 “현재와 과거, 미래의 미적 기준 놀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분장을 통해 성별을 뒤집는 등 전혀 다른 정체성을 시도하는 스타들도 있다.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자신의 뮤직비디오에서 좀비를 연기했고 짧은 머리의 남성으로도 분장했다. 래퍼 릴 나스 엑스도 최근 뮤직비디오에서 특수분장을 통해 뱀파이어로 변신한 데 이어, 데뷔 전부터 팬이었다는 가수 니키 미나즈 코스프레를 해 다른 성별이 되기를 시도했다. 릴 나스 엑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레니 샹탈은 “한번 맛보면 그들은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며 “특수분장을 통해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잠시 동안 자신의 원래 몸에서 떨어져 나갈 때 많은 사람은 자신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유명 스타들과 명품 브랜드가 특수분장을 시도하기 전 얼굴에 보형물을 넣은 것 같은 화장을 시도했던 인물은 트랜스젠더인 DJ 소피다. 특수분장을 하고 출연한 뮤직비디오에서 소피는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했고, 화장과 외적 변화를 통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개인의 다양한 정체성이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멀티 페르소나’ 시대가 오면서 특수분장의 영역은 더욱 대중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BBC는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자란 세대는 아바타와 캐릭터 사용에 익숙하다. 또 자신의 정체성을 고정된 하나의 신체로 제한하지 않는다”며 “이들 세대에게 특수분장은 아바타가 현실에서 줄 수 없는 물질적 만족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영미권에선 드래그(Drag)가 주류 문화로 인기를 끄는 가운데 특수분장과 가발로 다양한 자아를 표출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 화려한 특수분장을 선보인 레이디가가의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레드릭 헤이먼은 “우리 몸을 향상시키는 것이 인류의 다음 진화 단계로 가는 길”이라며 “이 일은 피할 수 없고 이미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