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대검찰청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저는 오늘 검찰총장을 사직하려 한다”면서 “이 사회가 어렵게 쌓아올린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2월 25일자 1·5면 참조)
그는 특히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검찰에서 제가 할 일은 여기까지”라면서 “제가 지금까지 해온 것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총장은 부패한 정치권력이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고 위선적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체계를 흔드는 상황에서 총장직을 유지한다는 자체가 잘못된 현실에 대한 묵인인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사의를 통해 국민에게 본인의 생각을 전하기로 결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총장은 당장 정계 진출을 선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1년여를 남겨둔 상태에서 유력한 보수진영의 대권후보로 꼽히는 만큼 정치권이 벌써부터 요동치고 있다.
윤 총장은 전날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와 사의를 표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오전 윤 총장은 반차를 내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 출근하지 않은 채 직접 입장문 작성에 들어갔다.
윤 총장의 한 측근은 “윤 총장이 집권 여당의 검찰 수사권 박탈 추진에 사의를 표명하는 것으로 결심을 굳혔다”며 “윤 총장 결심에는 여권이 추진하는 수사청 입법에 따른 검찰에 대한 수사권 박탈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은 본래 7월까지 임기를 마친다는 생각과 의지가 강했지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후퇴를 막기 위해 ‘밖에서 싸우겠다’고 마음을 굳힌 것”이라고 전했다.
신임 검찰총장에는 친정부 성향으로 문 대통령의 경희대 법배 후배인 이성윤 서울 중앙지검장이 유력한 상태다. 윤 총장은 전날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민의 검찰은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고 힘 있는 자도 원칙대로 처벌해 상대적 약자인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해완·염유섭·이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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