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스 무데 미 조지아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새 책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권은하 옮김·위즈덤하우스)’에서 파시즘과 타민족·타인종 혐오, 성차별, 반지성주의 등으로 점철된 극우세력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하고, 이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동·서유럽에서부터 미국, 브라질, 인도, 일본에 이르기까지 25년 동안 전 세계 극우세력을 연구해 온 저자는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아돌프 히틀러의 나치즘과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제압됐는데도, 극우는 4차례의 물결을 거치며 살아남았다고 말합니다. 대중의 외면 속에 신파시즘으로 모습을 바꿔 근근이 명맥을 유지했던 1945∼1955년, 우익 포퓰리즘 정당과 정치인들이 등장한 1955∼1980년, 급진우익 정당의 의회 진출이 시작된 1980∼2000년을 거쳐 21세기 들어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는 겁니다.
‘제4의 물결’이 이전과 확연히 다른 점은 ‘극우의 주류화’입니다. 2001년 9·11 테러, 2008년 세계 금융위기, 2015년 유럽 난민 위기 등 세 가지 위기는 극우세력이 약진하는 발판이 됐습니다. 동유럽과 남미뿐 아니라 서유럽의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도 극우 정당이 집권하거나 집권에 거의 근접했고, 극우세력의 지지를 받는 정권이 들어서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반(反)유대·반이슬람·반이민 등을 전면에 내건 외국 극우세력을 논하는 이 책이 우리 현실과 동떨어져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극좌는 문제가 없냐”는 목소리도 나올 만합니다. 그러나 “극우 정치에 면역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는 저자의 진단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커 보입니다. 특히 “극우에 대한 모든 대응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유민주주의 강화”란 주장은 흘려넘기기 어렵습니다. 극우에 대응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나 시위권을 제한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약화하는 역효과가 일어난다는 얘깁니다. 최근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왜곡·날조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의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이 처리되면서 과잉입법 논란이 일었습니다. 저자의 경고는 마치 이런 우리의 상황을 겨냥한 듯합니다. “한 집단을 겨냥한 억압적 조치가 나중에는 급진적이거나 극우적이지도 않은 일부 집단을 포함한 다른 집단까지 억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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