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하는 걸 열심히 좋아하고, 그걸 또 열심히 쓴다. 게다가, 웃기다. 그래서 이 두 사람은 조합부터 히트작이다. ‘아무튼, 술’의 김혼비 작가와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의 박태하 작가다. 열렬함의 모범을 보였고, 그래서 열렬한 사랑을 받는 두 사람. 이번에 함께 발품을 팔아 쓴 여행기를 선보인다. ‘전국노래자랑’에서 따온 제목이 딱이다. 재미로 참가(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될 실력이 너무 많다)한 사람들이, ‘땡’과 ‘딩동댕’ 소리에 희비가 엇갈리는 곳. 이상한데, 진심이다. 그리고 종국엔 모두 웃고, 모두 ‘이긴다’. 두 사람이 2018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꼭 붙어서(아, 두 작가는 부부다) 찾아다닌 전국 열두 곳의 축제 현장은 딱 이 노래자랑의 장면을 닮았다. 이상하게 진심인, 그런 사람들이 가득한 풍경 말이다.
지리산산청곶감축제, 강릉단오제, 젓가락페스티벌, 영산포홍어축제, 음성품바축제…. 부부는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만을 탐험의 대상으로 삼았다. 스포트라이트에서 조금은 비켜나 있는 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신명 나게 놀고, 섬세하게 관찰하고, 재밌고 뭉클하게 썼다. ‘한국 사람들은 왜 이럴까’라는 사소한 의문에서 시작한 여행. 그 끝에 부부는 사소한 자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빛’을 본다.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들, 위축된 지역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자 하는 분투, 아름다운 자연, 그리고 역사와 문화…. “대관령 정상에서 한기가 내려오듯 살짝 젖은 머리카락에서 선선하게 내려오는 창포 향에 취한 우리는 ‘버드나무’라는 강릉의 맥주 양조장에서 단오절 한정으로 창포를 넣어 만든 맥주 ‘창포 세종’을 마시며 창포에 더욱 취해 갔다.” “어딜 가든 우리를 굽어봐 주던 월출산, 신나게 축제를 즐기는 영암인들의 모습과 고장에 대한 자부심, 미처 다 먹고 오지 못한 맛난 남도 음식들, 그리고 비….”
책은 우선 이 땅의 축제를 ‘K-축제’로 규정하고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게 뭐든 한국적인 것으로 수렴시켜버리는 그 말 ‘K’. 그 ‘K’스러운 것에 약간의 반감과 궁금증을 안고 축제로 향한 부부는, 한마디로는 정의 내릴 수 없는, 다양한 ‘K’를 만난다. 그것은 때로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며, 그럴싸한 때도 있고, 촌스럽기도 하다. 점차 ‘K스러움’에 너그러워지던 부부는 양양연어축제에 가서는 결국 뾰족한 날을 가차 없이 세운다. 생태 철학의 부재와 ‘로또식 한탕주의’가 결합된 잔혹한 ‘K’를 보아서다. 그곳에선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 흘러나오고, 태평양에서부터 몇만 ㎞를 헤엄쳐 와 고향에 이른 연어들이, 산란 직전 사람들의 무자비한 손에 잡히고, 비닐봉지 안에서 헐떡거리다가, 배를 갈리고 손질돼, 누군가의 입으로 혹은 스티로폼 박스 안으로 사라진다. 책은 이 연어축제와 함께 여러 유명한 동물 관련 축제들을 언급하며, K-축제가 동물을 다루는 학대적 방식에 대해서 지적한다. 부부는 “‘살상의 재미’가 전부인 축제라면 폐지되는 게 맞다. 존재를 죽이는 장소가 아닌, 존재가 깃드는 장소로서의 동물 축제를 보고 싶다”는 간곡한 부탁이자 진심의 바람도 전한다.
이 땅 어디든, 떠나는 자들의 손에 이 책이 들려 있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의병 퍼레이드에 끼어들었다가, 창포 물에 머리를 감았다가, 곶감을 먹다가, 연어축제에 가서 울고 마는…. ‘땡’ 후의 어리둥절함과 섭섭함, ‘딩동댕’ 후의 기쁨과 시원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이상한데 진심인’ 이런 여행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296쪽, 1만5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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