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인생의 스승님에게

백절불굴의 오뚝이 부대를 떠나온 지 어느덧 8년이 다 돼갑니다. 20대의 팔팔한 혈기로 영하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 철원평야와 포천 산야를 뛰어다닌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대 중반의 사회인이 돼버렸습니다.

부대에 전입한 첫날이 생각나네요. 오만촉광(五萬燭光)의 빛나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자랑스러운 장교단의 일원이 된 것도 잠시, 대대장님과 휘하 간부들의 우렁찬 환영(?)을 받던 그날 “아 죽었구나” 싶었습니다.

실제로 ‘전선의 최북단 기계화 보병부대’라는 명성에 걸맞게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으니까요. 동기 소대장들은 모두 전투병과였지만, 저 혼자 행정병과인 ‘정훈장교’로 와 조금 외롭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동안 문서작업이라고는 대학 시절 리포트밖에 없었는데, 초군반 시절 교재와 씨름하며 정신교육 자료를 만들고 교육계획을 짜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입한 후 첫 집중정신교육 계획을 수립할 때가 제일 고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는데, 돌이켜보면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은 것 같습니다. 국가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으로서 대대장님께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행정병과는 전투병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주변의 시선과는 달리, 정훈장교도 현장을 잘 알아야 한다는 대대장님의 말씀에 카메라를 들고 경기 북부 곳곳의 훈련장을 돌아다닌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공교롭게도 경기 북부 행정을 책임지는 곳에서 홍보를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일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포기보다는 도전을, 항상 자부심과 책임감을 가지라고 강조하셨던 대대장님께 배운 소중한 경험이 피가 되고 살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전역을 하고 1년 정도 지났을까요? 공직을 준비한다는 저에게 부대찌개를 사주시며 ‘넌 꼭 될 거다’며 격려해 주셨죠. 솔직히 저도 반쯤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 말씀 덕분에 참 힘이 많이 났습니다. 그리고 대대장님 말씀대로 저는 군인에서 이제는 공직자로서 국가에 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군을 홍보하는 정훈장교에서 도정을 홍보하는 공무원으로 신분은 바뀌었지만, 대대장님의 가르침은 여전히 제 삶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 벌써 임관한 지 10년이 됐습니다. 세월이 참 빠르네요. 대대장님께서는 잘 계신지요? 날이 따스해지면 꼭 연락드리고 찾아뵙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대대장님의 충직한 정훈장교로서 소망합니다.

경기도청 평화대변인실 오지훈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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