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후 문화일보 7층 회의실에서 수요전략포럼 소속 외교·안보 전문가 7명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을 내놓기 위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지난 3일 오후 문화일보 7층 회의실에서 수요전략포럼 소속 외교·안보 전문가 7명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진단과 처방을 내놓기 위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 위기의 대한민국 외교 ‘진단과 처방’ - ⑤ 수요전략포럼 좌담

- 바이든의 한반도 정책 전망
“美 관심은 中으로 쏠려… 北 문제 붙잡고 있지 않을 것”
“대북제재 계속하며 오바마와 같은 전략적 인내 시즌2”

- 한국 정부가 해야할 일은
“印·太 지역 쿼드 플러스 참여하며 한·미동맹 강화해야”
“쭈뼛대는 사이 쿼드국가 확정되면 그 틈바구니서 왕따”

- 中의 韓·美·日 3각 협력 견제
“韓이 美와 對中 견제 논의나서면 中이 되레 조바심 낼 것”
“美·中 갈등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 치밀하게 분석해야”

- 文정부의 美·中·日 관계 과제
“한미·한중·한일관계 풀어야 대북정책 주도권도 되찾아”


문화일보는 ‘문화지식포럼’의 일환으로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 10여 명이 모인 수요전략포럼과 함께 지난달 22일부터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포괄적으로 진단하고 처방을 제시한 ‘위기의 대한민국 외교 진단과 처방’ 기획 보도를 4회에 걸쳐 진행했다. 포럼은 문 정부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냉철한 인식 없이 대북 몰입주의적인 외교 정책을 펼친 결과, 미·중·일·러 주변국은 물론, 북한으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처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문 정부가 단단히 꼬여버린 외교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특수성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와 국익과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기반한 정상(normal)외교로 전환해야 한다는 처방을 포럼은 내놨다.

[사회 =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지난 3일 문화일보 7층 회의실에서 수요전략포럼 전문가 7명이 참석한 좌담회에서는 동맹·우호국들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우리의 목소리도 더 편하게 낼 수 있고, 정부가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도 따라온다고 조언했다.

△진창수 =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우선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조를 평가하고 전망해달라.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 워싱턴으로부터 전해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정책 기류 중 하나는 북한 문제에 대한 우선 순위가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북한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먼저 대북 제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은 중국으로 쏠려 있다. 2022년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 의석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대외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간은 1년 반에 불과하다. 초당적 컨센서스가 형성된 중국 문제에 먼저 집중하고 북핵 문제처럼 빠른 성과가 기대되지 않는 문제는 오래 붙잡고 있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바이든 행정부에 북한은 굉장히 어려운 시험 문제 같은 존재일 것이다. 시험을 치를 때 초반부터 너무 어려운 문제를 붙잡고 있으면 무력감에 빠질 수 있지 않나. 쉬운 문제를 먼저 풀고 어려운 문제는 나중으로 미루는 게 자연스럽다. 이 때문에 당분간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정책 시즌2’를 보여줄 수 있다. 다만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하는 핵 역량까지는 갖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오바마 행정부 때와 달리 현재 북한의 핵미사일 역량은 마냥 방치할 수 없게 강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북한이 대북 제재 속에서 얼마나 잘 버틸 수 있는지 내구도를 먼저 파악할 것이다. 북한이 충분히 타격을 입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장기간 전략적 인내를 유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 블러디 노즈(Bloody nose·코피작전) 등 군사적 옵션이나 핵군축 협상 가능성이 모두 고려될 수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이상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HK+ 국가전략사업단장),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박홍도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초빙연구위원 (왼쪽부터). 좌담회는 마스크와 거리두기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해 진행됐으며, 참석자 면면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촬영을 위해서 마스크를 잠깐 벗은 모습.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 이상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HK+ 국가전략사업단장),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박홍도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초빙연구위원 (왼쪽부터). 좌담회는 마스크와 거리두기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해 진행됐으며, 참석자 면면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촬영을 위해서 마스크를 잠깐 벗은 모습.

△진창수 =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계속 강조 중인데 번지수를 잘못 짚은 건가.

△우정엽 = 문 정부가 노력하는 것과 미국이 인식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듯하다. 미국 내에서 인식은 미·북 협상에서 문 정부의 역할은 2018년 5월 미·북정상회담 취소 이후 남북 정상의 판문점 회동으로 미·북 싱가포르 회담을 살려낸 정도다. 우리 제안이 먹히려면 문 정부가 미국이 몰랐던 북한의 입장이나 새로운 사실을 미국에 전해줘야 하나, 그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든 행정부 인사들은 최근 30년 동안 북한이 한국이 아닌 미국과 협상해왔기 때문에 한국보다 북한에 대해 더 잘 안다고 생각한다. 우리 입장을 설득하려는 전략은 그래서 쉽지 않다.


△진창수 = 한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조윤영 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 = 외교 정책에서 지렛대를 갖기 위해선 우선 한·일 갈등을 풀고 바이든 행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 틀로 여기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대화)의 확대판인 쿼드 플러스에 참여하며 한·미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동맹·우호국의 신뢰를 얻어야 우리의 목소리도 더 편하게 낼 수 있게 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HK+ 국가전략사업단장) = 문 정부에 쿼드에 들어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본다. 맞춤형 대안을 제시한다면 쿼드 플러스에 실제로 들어가진 않더라도 쿼드 협력과 관련한 적극적인 논의가 한·미 간에 이뤄지고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보여줄 필요가 있다.

△차두현 =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연합을 구상 중이다. 한국은 누가 뭐래도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기 때문에 중국 견제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쿼드는 미국과 동맹을 맺기 불가능한 나라인 인도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유럽식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낮다. 군사동맹이 아니라는 점은 쿼드 플러스 참여를 중국에 설명할 명분도 될 수 있다. 지금 참여 논의를 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우리가 쭈뼛대는 사이 쿼드와 쿼드 플러스 국가들이 확정되고 나면 쿼드 국가들 틈바구니에서 왕따가 된다는 점이다. 쿼드의 성격이 지나치게 중국 적대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냐는 문제에 이견 개진을 하고 싶더라도 쿼드에 참여해야 할 수 있지, 배제되는 순간 발언권이 없어진다.

△진창수 = 중국은 한국에 한·미·일 3각 협력도 안 된다, 쿼드 플러스도 안 된다고 한다.

△강준영 = 문 정부의 대중 저자세가 지속되다 보니 중국이 한국은 누르면 눌리는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이래선 한·중 관계가 풀리기 어렵다. 한국이 바이든 행정부와 기존 사안에 대한 논의를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모습만 보여도 중국은 한국에 대해 조바심을 낼 것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원화 통치에 따른 내부 불안요인이나 위구르, 홍콩, 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 공세 등 대내외 동시 위기에 직면해 중국도 많이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기술 공급망의 디커플링 압박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 기업과의 협력을 돌파구로 삼으려 할 것이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 때문에 자꾸 위축되고 있지만 오히려 글로벌공급망(GVC) 재편에 따라 한·중 경제 협력이 훌륭한 대중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쿼드 참여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문 정부가 미국의 대중 기조에 동참하려는 조짐을 내비치기만 해도 지난 4년 동안 미뤄진 시 주석의 방한이 갑자기 이뤄질 수도 있다.

△우정엽 = 최근 미국 외교관들을 만나면 반복적으로 듣는 이야기가 한국이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의지)이라는 말로 한·중 관계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한국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FDI)국 1·2위는 미국, 일본이고 중국은 8∼9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단순 제조업 때문에 한·중 교역량 자체는 크지만 한국 미래 경제 발전에 필요한 요소를 충족시켜 주는 것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반론이다. 미·중 경쟁이 더 치열해질 상황이 분명하다면 우리 정부가 미국이냐, 중국이냐 같은 추상적인 논쟁에 머물러 있을 게 아니다. 미·중 갈등이 한국 산업과 경제에 가져올 수 있는 영향을 치밀하고 구체적으로 분석한 뒤 전략을 짜야 한다. 미·중 경쟁 시나리오에 따라,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냐에 따라 어떤 산업은 피해를 보고 어떤 산업은 이득을 볼 것이다. 이를 제대로 예측하고 대응해야 한다.


△진창수 = 문 정부가 한·일 관계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있다. 가장 쉽고도 빠른 해법은 역설적으로 문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해 온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사실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한·일 위안부 합의가 피해자 중심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만 많이 했지 실제로는 문 정부 스스로 피해자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을 성실히 하지 않았다. 피해자와 대화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 중심주의를 지키면서 문제를 풀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본에 대화하자고 하기 전에 우리 내부에서 피해자를 설득해서 합의점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한 진지한 안을 일본에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일본 정부도 한국과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태도를 바꿀 것이다.

△조윤영 = 결국 한·미, 한·중, 한·일 관계를 풀어야 문 정부가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도 따라온다는 조언을 해야겠다.

△이상준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 한·러 관계에서도 대북 몰입주의 경향이 확연히 드러난다. 문 정부는 한·러 관계도 그 자체를 가꾸어가기보다 북한 문제를 푸는 수단으로 생각한다. 러시아는 에너지와 극동 개발 등의 차원에서 한국과의 경제 협력을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계속 북한을 끼워 넣으려 한다. 당장 한·러 간에 할 수 있는 사업은 제쳐 두고 동북아철도공동체 등 먼 미래의 이야기만 한다. 한·러 양자 관계 자체에 집중해서 얻을 수 있는 국익이 상당한데도 말이다.

△박홍도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 초빙연구위원 = 남북관계 매몰에서 탈피해 정상국가로서 외교를 해야 한·러 관계든, 한·일 관계든 진척이 있고 대북 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주도권도 되찾아올 수 있다. 한국 외교의 대북 몰입주의는 외교뿐만 아니라 안보 정책 왜곡도 불러온다. 구체적인 비중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 한국은 대북 정보 자산에 많이 투자하는 데 비해 미래 생존과 직결되는 4강 등 주변국 정보 자산 확보를 위한 투자는 별로 하지 않는다. 투자하지 않으니 양질의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자산이 별로 없으니 4강을 상대로 전략적 구상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정리=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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