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채현 수의사가 반려견 ‘세상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김호웅 기자
설채현 수의사가 반려견 ‘세상이’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김호웅 기자
‘강아지 마음 사전’ 펴낸 수의사 설채현

‘낯설어’ ‘배고파’ ‘목욕은 싫어’ ‘왜 혼나는지 모르겠어!’ 말은 안 해도 마음은 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흔들고, 눈을 찌푸리고, 짖어도 본다. 강아지의 마음. 반려견과 함께 사는 이들은 늘 이 마음이 궁금하다. 또, 반려동물 가정이 늘어나면서 사회적으로도 이를 잘 들여다보는 일이 중요해졌다. ‘함께’ 행복해야 하니까. 국내 최초 ‘수레이너’(수의사 겸 트레이너)로 불리는 설채현(36) 수의사가 이런 흐름에 맞춰 자신의 반려견을 관찰해서 쓴 ‘강아지 마음 사전’(주니어김영사)을 펴냈다. “태어나면서부터 반려동물과 함께 자란 지금의 어린이들은 완전히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겠죠. 그런 세상을 기대하며 썼어요.” 설 수의사를 최근 서울 종로구에 자리한 김영사에서 만났다. 책 속 주인공이자 모델이 된 ‘세상이’도 함께였다.

설 수의사는 자신은 ‘과도기’적 사람이라고 했다. 개는 당연히 마당에서 기르고,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는 게 이상하지 않았던 시절을 경험하다가, 어느 날부터 개들이 사람의 공간, 즉 실내로 들어가 살게 되는 걸 동시에 본 세대라는 의미다. 그는 전국 가구의 4분의 1 이상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지만, 여전히 법적으로는 ‘물건’으로 분류되는 점, 반려견과 사람 사이에서 사고가 끊이지 않고, 비반려인과의 갈등도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점 등을 모두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 세대가 지나야 반려문화도 선진국이 될 텐데,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책은 개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를 푸는 일에 주력했다. 예를 들면, 개가 꼬리를 흔드는 걸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은 수십 가지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좋아서도 흔들지만, 불안해서도 흔든다. 그런데 설 수의사는 “개를 마음이 없는 기계처럼 단순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과하게 인간의 감정을 투영해 의인화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요즘엔 지나치게 확대 해석을 하면서 반려견과의 생활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많다”면서. “개들이 상처를 받고 복수를 한다는 것도 정말 잘못 알려진 거예요. 불안 등 다른 이유가 있어요. 애초에 복수심이라는 감정이 개들에겐 없어요.”

방송에 출연하고 얼굴이 알려지면서 설 수의사는 책임과 역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또, 자신은 전형적인 이과생인데 방송에서는 무척 인문학적인 사람으로 비치고 있는 것도 고민이다. “책도 많이 보고 공부를 더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섬세한 반려견 가족들을 위해선 과학적 설명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공감 능력으로 설득해야 하는 일이거든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한 반려견 행동진료센터도 준비하고 있다. “개도 행복해야 하는데, 사람도 그래야 하잖아요. 개랑 산책하는데 표정이 어두운 보호자들을 자주 봐요. 주객 전도된 가정이 많더라고요. 강아지 마음 챙기면서, 자신의 마음도 잘 챙겨주세요.”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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