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종잣돈 500만 원을 들고 수산물 유통업에 뛰어들어 40년 가까이 수산업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달 취임 2주년을 맞는 임 회장이 지난 2월 24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산업 혁신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1984년 종잣돈 500만 원을 들고 수산물 유통업에 뛰어들어 40년 가까이 수산업 외길 인생을 걸어온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은 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달 취임 2주년을 맞는 임 회장이 지난 2월 24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며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산업 혁신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취임 2주년’ 임준택 수협중앙회장

앱으로 어황·사고위치 파악
경매가 움직임도 즉시 알려줘
동영상 보며 수산물 구입가능

자원고갈·선박 노후화 심각
5년 뒤엔 우리 어업 황폐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절실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오는 26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수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라는 돌발 변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2배 이상으로 늘어난 364억 원대(잠정) 세전이익을 달성했다. 그는 지난 2월 24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 집무실에서 진행된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협이 책임지고 제값 받고 팔아주는 유통환경을 더욱 공고히 구축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으로 수산업을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아울러 “자원 고갈과 선박 노후화, 선원 감소 탓에 이대로 가다간 5년 내 우리 어업이 황폐화하고 내리막길을 걸을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게 되는데 소회는.

“수협중앙회가 회원조합을 지원하는 본질적인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난 2년간 어업인들을 많이 만나고 국회도 수없이 다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임직원들이 힘을 모으고 노력해준 덕분에 가시적인 경영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회원조합을 돕는 중앙회로 거듭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대악재를 극복하고 지난해 우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비결은 무엇인가.

“취임 전 약속했던 대로 경제사업 혁신을 비롯해 침체된 수산물 소비 증가를 위해 힘써 왔다. 임직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하나 된 모습으로 소임을 다해준 덕분에 좋은 경영성과를 얻었다. 원가 절감을 비롯해 불요불급한 비용 제거 등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급격한 사업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조합과 어업인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사업부문별로 고른 실적 개선이 눈에 띈다.

“상호(205억 원·전년 대비 10억 원 ↑), 경제(70억 원·45억 원 ↑), 양식(30억 원·131억 원 ↑)이 전년 대비 늘어난 것을 비롯해 공제 역시 59억 원으로 전년과 같은 실적을 기록했다. 상호금융은 안정적인 수익 창출 노력에 힘입어 마진율은 상승하고 판관비(판매·관리·유지에서 발생하는 총비용)는 감소해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공제는 보장성보험이 약진했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강조했던 경제사업은 수산식품연구실 신설 등에 힘입어 2019년 취임 후 흑자 전환한 데 이어 지난해 수익 증가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양식보험 역시 우리 직원들이 회원조합의 가두리양식장을 일일이 찾아가 태풍 같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 손해율을 3분의 1까지 낮췄다.”

지난해 9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수산물 수급과 물가 동향을 점검하며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지난해 9월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을 찾은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수산물 수급과 물가 동향을 점검하며 상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취임 3년 차를 맞이한 올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분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언택트 문화가 활성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협도 이 같은 새로운 식생활·소비문화에 걸맞게 경제사업 혁신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 수협의 경제사업이 경쟁력을 갖춰 가공과 수출 분야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줘야 어민들이 바다에서 목숨을 담보로 걷어 올린 수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전문가들을 영입해 소비자 수요에 부합할 수 있는 가정간편식(HMR) 위주의 가공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 화두다. 수협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어업 생산성을 높이고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962년부터 아날로그 무전설비를 통해 제공하던 기상변화·어황·각종 안전 관련 정보를 최근 스마트폰 앱을 기반으로 전파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어업인들에게 디지털 장비를 보급했다. 2017년 첫선을 보인 ‘조업정보알리미’ 앱에는 긴급사고 발생 즉시 사고 사실을 알리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수협바다로’ 앱은 전국 230여 개 위판장에서 경매로 판매한 수산물 거래가격, 위탁 수수료 등의 내역을 즉시 반영한다. 디지털화해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면 중간상인만 마진을 많이 챙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어업인은 제값 받고 팔고,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에 수산물을 사먹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캠(동영상)’을 활용한 온라인 수산물 구매시스템(캠마켓) 지원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수산물 소비를 한 단계 더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산자가 당일 수확한 수산물을 당일 가공해 포장하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제공하면서 소비자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생산자 중심의 온라인 수산물 직거래 시스템이다.”

―디지털 혁신 등으로 활로를 모색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수산업 경영여건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연근해 어업생산량이 지난 2018~2020년 3개년 평균 100만 t을 넘기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는 게 사실이다. 90만 t 초반대로 내려왔던 2019년도와 비교해 지난해 93만 t대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100만 t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로 전체적인 소비가 위축돼 어업 경영수지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바다 환경 파괴와 중국어선의 불법·북한 수역 싹쓸이 조업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어자원 감소세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어획량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바다가 가지고 있는 자원복원능력을 극대화하고, 휴어제 확대 등 어획 강도를 저감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재임 기간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자원 고갈, 선박 노후화, 선원 감소 문제가 심각하다. 이대로 가면 5년 뒤 우리 어업은 황폐화할 수밖에 없다. ‘수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사람도 있는데 그러면 우리 국민은 오징어를 마리당 2000~3000원씩 더 비싸게 먹어야 한다. 수협도 어민들이 어획한 수산물을 제값 받도록 지원하는 본질적인 역할을 공고히 유지하는 한편, 사명감을 갖고 어업인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수협을 만들어가겠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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