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미술제’ 역대 최다 관객
5만명 찾아 72억원어치 구입
큰 손·젊은 수집가 발길 북적
방탄 RM 등 유명인도 다녀가
재택늘며 인테리어 소품 인기
“입장객을 2500명으로 제한했는데 혹시 제한 인원을 넘은 건 아닌지 확인하니 그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지난 6일 화랑미술제가 열린 서울 코엑스 3층 전시장에서 만난 황달성 한국화랑협회장(금산갤러리 대표)은 상기된 얼굴로 “관람객 열기가 예상보다 훨씬 뜨겁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입장객들이 기다리는 긴 줄을 보며 “감염병 사태가 지속하면서 사람들이 너무 답답해 그림을 보며 힐링하려는 욕구가 분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최웅철 웅갤러리 대표는 “미술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수집가들이 많이 찾아왔다”며 “올해 타계한 김창열 화백의 작품처럼 대작을 구입하는 큰 손들도 눈에 띄었다”고 전했다.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1 화랑미술제는 관람객 4만8000여 명이 찾았다. 올해로 39번째 열린 이 미술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방역 수칙에 따라 거리 두기를 하기 위해 입장객 숫자를 제한했음에도 작년에 비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감염병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도 30% 많다. 작품 판매액도 예년의 2배를 웃도는 약 72억 원으로 집계됐다. 주최 측인 화랑협회와 참여 갤러리들은 사뭇 고무된 모습이었다. 김동현 화랑협회 팀장은 “작년에 한국국제아트페어(KIAF·키아프)가 무산되고 해외 아트페어도 못 나갔는데 그 수요를 충족시켜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컬렉터들이 억눌렸던 소비 심리를 보상받으려는 욕구를 보였다는 것이다.
한 작품 구매 단위가 1억 원 이상 ‘큰 손’들이 이번 미술제에 많이 나타났다는 것이 주요 화랑의 전언이다.
서울 국제갤러리는 5억 원대 박서보의 2008년작 ‘묘법 No. 080704’, 3억 원대 제니 홀저 2020년 작품 등을 팔았다. 박여숙화랑도 이우환 작가 150호 ‘조응’ 연작을 5억 원대에 판매하고, 다른 대작 구입 문의도 많이 받았다. 올해 단연 인기를 끈 김창열 화백의 그림은 갤러리BHAK이 3점을, 표갤러리가 2점을 팔았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인테리어와 재테크용을 겸해 미술품을 찾는 경우도 늘었다는 것이 새삼 확인됐다. 갤러리 가이아가 내건 김병종 화백의 ‘생명의 노래’가 초반에 팔리는 등 밝고 화사한 색감의 작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이번 미술제에선 미술 테크를 하는 밀레니얼 세대 수집가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학고재 부스에 걸린 김재용 작가의 작품 ‘도넛은 동그랗다∼’엔 구입 의사를 표시한 빨간 딱지가 80개가 넘게 붙어 현장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작품 1개에 100만∼200만 원대였는데, 학고재 관계자는 “20∼30대 수집가들도 구매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술계는 최근 서울옥션 경매에서 나타난 미술 시장 회복 기미가 이번 미술제에서 확인됐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테크 투자자들이 제약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동산, 주식에서 미술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미술품을 통해 문화 만족감을 누리려는 층이 넓어지고 있어서 고무적이다.
한편 이번 미술제엔 그림 마니아로 알려진 방탄소년단의 RM 등이 다녀갔고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은 신진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글·사진 =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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