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법절차 대응 미흡해 패소”
글로벌 준법감시체계 보강 촉구
경영진, 외부 전문가 선임키로
LG와 최종합의까지 난항 예고
LG “진정성있는 제안 한다면
합의금 방식은 유연하게 대응”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다툰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SK이노베이션 측에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체계를 보강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유사 상황 재발을 막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사회는 ‘배터리 소송전’ 합의 조건에 대해서도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경쟁사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이에 따라 2년간 이어진 배터리 소송전 최종 합의도 상당 기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SK이노베이션은 이사회가 지난달 11일 나온 ITC 최종 결정을 심층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전날 김종훈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 감사위원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해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사회는 SK이노베이션이 ITC 소송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대응 등을 검토하고, 글로벌 분쟁 경험 부족으로 미국 사법 절차에 미흡하게 대처한 점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이번 소송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내부적으로 글로벌 소송 대응 체계를 재정비할 것을 당부했다. 또 외부 글로벌 전문가를 선임해 완벽한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할 것도 주문했다. 김준 총괄 사장 등 SK이노베이션 수뇌부는 이에 따라 이른 시일 내 미국에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분야 외부 전문가를 선임해 이중, 삼중으로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최우석 SK이노베이션 이사회 대표감사위원은 “소송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방어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미국 사법 절차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배터리 소송전 협상 조건도 검토에 들어갔다. 이사회 내 감사기구인 감사위원회는 “경쟁사의 요구 조건을 이사회 차원에서 면밀히 들여다보겠지만, 사실상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이 과도한 배상금을 요구할 경우, 최종 합의가 어려워 미국 배터리 시장 철수까지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ITC 최종 결정에 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리뷰 기한이 한 달 정도 남은 가운데 양사의 배상금에 대한 입장 차가 워낙 큰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수조 원대 배상금을 요구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 원대를 주장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대해 “SK 측이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할 만한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합의금 방식에 대해서는 굉장히 유연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조만간 ITC 소송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하고,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이른 시일에 직접 대덕 배터리 연구원 등 현장을 방문하기로 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