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장 “현실적 여건 안돼”
李, 허위 내사번호 추인 요청
윗선 수사 중단 외압행사 의혹
수원지검, 소환 조사 나설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2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재이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공수처 이첩을 주장하며 소환 요청에 불응한 이 지검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로 자칫 공수처 수사에 대해 불필요한 공정성 논란을 야기하거나 이로 인해 수사 공백이 초래되는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해당 사건을 검찰에 다시 이첩한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이어 “이첩받은 사건을 공수처가 직접 수사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면서 “공수처가 현재 검사와 수사관을 선발하는 중으로 3∼4주 이상 소요될 수 있으므로 수사에 전념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에 이첩하는 경우 경찰의 현실적인 수사 여건, 검찰과 관계 하에서의 그동안의 사건처리 관행 등도 고려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공수처가 해당 사건을 재이첩한 것과 관련 김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와 당시 수사 외압 의혹의 출발점이 된 공익신고자는 이날 통화에서 “수사 인력 등 공수처가 현재 여건 등을 고려해 판단한 것 같다”면서 “신속하게 검찰 수사로 진실히 밝혀져서 법치주의를 왜곡하거나 정당한 목적을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악용하는 일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수사 중이던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에 대해 수사 중단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지검장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 금지 직후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출금 요청서에 기재된 허위 내사번호에 대한 사후 추인을 요청한 의혹도 받는다. 이 지검장은 지난달 18일에 이 같은 의혹 관련 고발장 접수로 피의자로 전환됐다.

앞서 이 지검장은 공수처법 25조 2항에서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공수처로 이첩토록 한 규정을 근거로 “검찰에서 사건을 이첩받은 공수처가 다시 검찰로 사건을 재이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이유로 검찰 소환 조사에 불응한 이 지검장은 공수처의 이번 결정에 따라 또다시 수원지검 소환 조사 요청에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게 됐다.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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