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 / 서동욱 엮음 / 사이언스북스

‘철학의 욕조를 떠도는 과학의 오리 인형’, 흥미로운 책 제목의 뜻은 이렇게 풀이된다. “과학의 오리 인형을 둥둥 뜨게 만드는 것은 바로 철학의 물결”이다. 책 엮은이인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물결과 오리의 관계를 이렇게도 설명한다. “철학은 과학이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이 놓이기 위한 사고방식의 좌표”며, “과학이 명인의 바둑 같은 것이라면 바둑판의 먹줄들은 철학으로부터 온다”.

서강대 철학연구소에서 주관한 철학 특강 ‘오리진 오브 사이언스: 과학의 기초를 만든 철학 명저’를 바탕으로 만든 책은 서 교수의 비유대로 과학과 철학의 관계, 구체적으로는 자연과학이 자연철학에서 분화, 발전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터전이 마련된 16세기부터 19세기까지 과학은 어떤 철학적 바탕에서 나왔는지, 바로 ‘과학의 철학적 기원’을 파고든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 서 교수를 비롯해 김은주 연세대 철학과 교수, 이광모 숙명여대 교수, 박제철 서울시립대 교수 등 근대 철학 전공자 10명은 당대 주요 철학자들의 대표적인 과학 관련 명저들을 통해 이들 철학자의 탐구가 어떻게 과학의 진보를 이뤄냈는지 보여준다. 철학이 어떻게 과학을 추동했는가는 동시에 과학을 빼놓고 철학자와 그들이 직조한 철학사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프랜시스 베이컨의 ‘학문의 진보’, 르네 데카르트의 ‘굴절 광학’, 조지 버클리의 ‘새로운 시각 이론에 관한 시론’, 바뤼흐 스피노자의 ‘에티카’, 고트프리트 라이프니츠의 ‘형이상학 서설’, 데이비드 흄의 ‘자연 종교에 관한 대화’, 이마누엘 칸트의 ‘자연 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 프리드리히 셸링의 ‘자연철학의 이념’ 그리고 게오르크 헤겔의 ‘엔치클로패디’. 책에서 다루고 있는 9명의 철학자와 9권의 명저다.

저자들은 ‘과학을 실용적 관점에서 바라본 최초의 근대인’인 베이컨을 통해 철학의 혁신이 어떻게 새로운 근대 과학의 원리와 접목됐는지 설명하고, 걸출한 철학자이자 근대 광학의 사상가였던 데카르트와 버클리를 통해 합리론과 경험론의 전통이 어떻게 빛과 시각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가를 살핀다. 스피노자와 라이프니츠의 철학을 통해 물리학이 전제하고 있는 형이상학적 개념들을 소개하고, 흄의 철학이 어떻게 미신을 극복하게 했는지를, 칸트의 자연과학의 형이상학적 기초가 어떻게 뉴턴 물리학에 철학적 바탕을 마련해줬는지 다룬다.

이어 존재와 사유의 이분법을 넘고, 자연법칙부터 인간 사회의 법칙까지 서로 연결된 거대한 개념을 사유한 독일 관념론으로 마무리한다.

책 말미에는 각각의 주제에 대해 추가로 더 읽으면 좋을 책의 리스트를 친절하게 붙여놓았다. 272쪽, 1만8500원.

최현미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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