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선 ‘소 끌어안기’로 알려진 농장 힐링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농장 체험 업체 마운틴 호스팜. 홈페이지 캡처
최근 미국에선 ‘소 끌어안기’로 알려진 농장 힐링 프로그램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농장 체험 업체 마운틴 호스팜. 홈페이지 캡처
- 충돌
인적 뜸해진 도심에 동물 등장
원숭이·코요테·멧돼지 등 출몰
사람 공격하거나 마찰 잦아져
일부선 “새 접점 찾아야 할 때”

- 포옹
코로나에 만남 금지된 사람들
소 끌어안기 등으로 위안 찾아
나라마다 프로그램 신청 몰려
외로움에 동물 입양도 급증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1년 이상 장기화하면서 인류뿐 아니라 동물의 삶도 크게 바꾸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류가 과거처럼 활동하지 못하자 야생동물들이 인간이 살던 지역에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해지면서 인간과의 마찰이 빈번해졌다. 반면 자연보호구역이나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은 인류의 개입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동시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외로움을 느낀 인간들의 애완동물 입양도 늘어나고, ‘암소 포옹하기’ 등 이색 취미도 등장하면서 이번 계기에 인간-동물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인간을 매개로 한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는 방역뿐 아니라 동물보호 윤리에 대한 논란도 촉발했다.

◇‘록다운(봉쇄)’으로 야생동물·인간의 접점 가속=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 지난해부터 각국 정부가 외출이나 외부활동 금지 등 봉쇄조치를 시행한 이후 인간과 동물 간의 관계가 재정립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인간의 활동 축소가 오히려 동물의 서식공간을 늘리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 가능성이 커진 것. 지난 2일 캐나다 토론토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에서 올해 2월까지 토론토에서 사람이 미국 너구리인 라쿤에 공격당한 사례가 전년, 재작년 평균과 비교해 62% 늘었다. 재택근무도 주요 원인으로, 민가 근처에서 서식하는 라쿤과 사람들이 대면하는 시간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새끼를 가져 예민해진 라쿤들이 방어본능으로 인간을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라쿤 역시 피해가 크다. 토론토 동물보호센터는 부상을 입은 라쿤에 대한 신고가 지난해 1만3712건이 접수돼 전년도 4172건의 3배가 넘었다고 전했다.

도시 외곽뿐 아니라 인적이 뜸해진 도심에까지 동물들이 출현하는 경우도 빈번해졌다. 멧돼지가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활보하고, 코요테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도를 걸어다니며, 런던 시내에선 사슴도 목격됐다. 태국 남부 해안의 선착장 인근에서는 멸종위기종으로 알려졌던 듀공이 30여 마리나 나타나 화제가 됐다. 로리 시란 워싱턴대 인류학 교수는 “사람이 없는 틈을 타 동물들이 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며 “인류는 코로나19로 인해 동물과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가느냐가 새로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그동안 관리받던 동물의 관리가 느슨해지는 경우도 생기는데, 일본 나라(奈良)의 유명 관광지인 사슴 공원의 사슴들은 먹이를 주는 관광객이 줄어들자 시내로 나갔고, 태국 롭부리 시에선 관광지의 원숭이 수백 마리가 도심으로 내려오기도 했다. 태국 내에선 그동안 관광자원으로 꼽히던 코끼리들이 방치되는 상황이 새로운 사회 문제가 됐다.

◇외로운 사람들, ‘암소 포옹’ 등 동물로 힐링= 록다운으로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갈증을 동물로 푸는 경우도 흔해지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내에서 ‘소 끌어안기’가 대유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여 년 전 네덜란드에서 ‘코 쿠너펠렌(koe knuffelen·암소 포옹하기)’이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심리적 위안을 주는 힐링 취미로 스위스나 덴마크 등 낙농국가들로 번져 갔고, 미국의 일부 농장에도 전해졌다. 이러다가 지난해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외로움이 커지자 올해 신청자들이 크게 늘어난 것. 애리조나주의 한 농장은 시간당 75달러(약 8만5000원)인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오는 7월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고 WP는 전했다. 실제 BBC는 소 끌어안기가 사회적 유대 관계를 맺을 때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 호르몬 ‘옥시토신’ 분비를 활성화시키며 몸집이 큰 동물일수록 진정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동물 입양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유기동물 보호재단인 빗셀 펫 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입양된 동물의 수는 전년보다 8000건 이상 증가했다. 미국 코네티컷주 캔턴에서 입양 보호센터를 운영하는 조지 머사 씨는 “오전 6시에 고양이 3마리의 정보를 웹 페이지에 업데이트해 놓았더니 6시 20분에 모든 분양이 끝났다”며 “과거엔 이 주변에서만 입양 문의가 왔었는데 이제 뉴욕이나 보스턴 등 먼 곳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애완동물 입양이 증가하면서 훈련 캠프 등 관련 직종도 덩달아 바빠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팬데믹으로 상당수 시설의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보호 시설이 휴업 또는 폐업에 들어갔고, 그나마 운영 중인 몇몇 보호소는 최근의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일본을 중심으로 최근 인공지능 펫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소니의 아이보를 비롯해 샤프의 로보혼 등이 단절된 삶의 새 희망이 되고 있다는 것. 일본산업기술이 개발한 유명한 로봇펫 ‘파로’의 경우 지난해 약 30%의 매출 신장이 있었다고 제작사 측이 밝혔다.

◇동물 감염과 팬데믹, 새로운 윤리·방역 문제로 대두= 그러나 동물도 코로나19에 감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이들에 대한 처우 문제가 새로운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덴마크는 밍크농장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이 바이러스가 다시 사람에게 전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생하자 자국 내 밍크 1700만 마리를 모두 살처분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아직 밍크 외에 다른 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염시킨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밍크가 인간과 비슷한 수용체를 갖고 있어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까지 밍크 외에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동물은 고양이와 개, 사자, 호랑이, 퓨마, 고릴라 등이다. 동물 감염이 확산되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오랑우탄 4마리와 보노보 5마리에게 동물용으로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생태학 전문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특히 야생에서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통제 가능’한 가축이나 동물원 사육동물과 달리 야생동물에서의 전파는 인간이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캐나다 맥매스터대의 아린제이 배너지 연구원은 3월 초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이론적으로 바이러스는 동물들 사이에서 순환하면서 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상치 못한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 유타주에선 야생 밍크 한 마리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였다. 네이처는 현재까지 파악된 동물 감염 사례가 인간에 비하면 소수이지만, 감시망에 걸리지 않은 수많은 사례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야생동물을 남획하고 음성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밀렵과 밀거래 속에서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환경보호론자들은 지난해 엄격한 봉쇄조치로 밀렵꾼들의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밀렵 사례는 감소했지만, 관광이 줄어들며 동물보호구역 내 재정이 어려워져 감시가 예전보다 소홀해졌고 많은 개발도상국의 농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만큼 제대로 된 감시가 없다면 다시 밀렵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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