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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금괴 인양·발굴 사건들

익산 금괴 매장 소문에 市 “근거없는 낭설”… 9년전 대구 동화사 금괴설로 소동 일으킨 탈북민 또 등장
‘돈스코이호 인양 사기’ 거액 챙긴 일당 줄줄이 징역형… 2012년 군산 시마마루호, 金 아닌 중국 주화만 4t 발굴


지난 8일 전북 익산시에서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농장주가 묻어 놓고 간 2t의 금괴를 발굴한다는 소문이 퍼지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무려 1400억 원대에 달하는 금괴라는 얘기가 돌았다. 1945년 일제 패망 후 이곳에 살던 오하시 요이치(大橋與市)라는 일본인 농장주가 자산을 처분해 모아온 대량의 금괴를 농장 터 깊숙한 곳에 묻어 놓고 일본으로 돌아갔는데 그 일본인 손자로부터 매장된 금괴를 비밀리에 발굴해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는 탈북민 김모 씨가 행정 절차를 밟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그럴듯한 소문까지 덧붙여졌다.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 ‘빈센조’와 얘기가 비슷하다. 김 씨는 지난 2012년 대구 동화사 대웅전 뒤뜰에 40㎏의 금괴가 묻혀 있다며 발굴 소동을 빚은 탈북민과 동일 인물이다. 하지만 이 소동은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 금괴 매장 유무를 떠나 발굴에 나선 주체가 없고 경찰이 ‘사기 주의보’를 알리기 위해 소문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나온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익산시 대교(大橋)농장 금괴 매장설과 대구 동화사 대웅전 금괴 발굴 소동,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 보물선 발굴 주가 조작 사건, 전북 군산 앞바다 보물선 사건 등을 보면, 대부분 거액을 노린 투자 사기, 금괴 인양·발굴을 빌미로 주변인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형사사건으로 마무리돼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특히 경제가 어려워지고 사회가 불안해지면 일종의 ‘일확천금’ 심리가 작용해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으로 풀이된다.

◇익산 대교농장 2t 금괴 매장설의 전말 = 금괴가 매장돼 있다는 곳은 익산시 주현동 105-27번지 옛 대교농장 터다. 일본인 오하시의 오하시(大橋)농장에 소속된 사무실로 건축면적 41.32㎡, 연면적 75.2㎡다. 1948년 익산 화교(華僑)협회가 부지를 매입한 후 학교로 운영해 왔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는 이 학교가 폐교되면서 방치되던 곳이다. 지난 8일, 금괴가 매장돼 있다는 소문을 다룬 지역 언론 보도가 사실 여부를 따질 겨를도 없이 중앙 언론과 통신사까지 가세하며 전국망을 타고 퍼져 나갔다.

2t 무게의 금괴 발굴 움직임을 포착한 경찰이 사기나 강력 사건 발생 우려 등 긴급 상황 관리에 나섰다는 소식까지 더해졌다.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익산시청과 경찰서는 하루 만에 근거 없는 잘못된 ‘정보 유통’이 낳은 ‘가짜 뉴스’로 판단했다. 구체적인 정황도 없이 탈북민끼리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 지역 주민들 사이 구전으로 전해지며 벌어진 ‘해프닝’으로 결론 냈다.

익산시 관계자는 “문화재 관련 부서도, 탈북민 관리 기관도, 지역 주민도 2t 금괴의 실체는 물론 발굴 관련 움직임 등 소문의 근원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며 “현재 소문으로 떠도는 대교농장 금괴 매장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며, 근거가 희박한 ‘낭설’이라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구 동화사 대웅전 뒤뜰 금괴 발굴 소동 = 2012년 동화사 대웅전 뒤뜰에 금괴가 묻혀 있다며 한바탕 발굴 소동이 벌어졌다. 2008년 12월 탈북한 김 씨가 월북한 남한 출신의 양아버지에게서 ‘6·25전쟁 당시 기름종이에 싼 40㎏의 금괴를 철모에 넣어 동화사 대웅전 뒤편 기단 부근에 묻었다’는 말을 듣고 발굴을 추진했다며 빚은 ‘소동’이었다.

김 씨는 2012년 2월 처음 국가문화재로 등록된 동화사 대웅전 뒤뜰에 대해 지표투과레이더(GPR)와 자력탐사 등을 통해 지하 이상대(異常帶·물리탐사 자료 해석 결과 이상이 나타나는 곳)를 파악했고, 깊이 1.2~1.7m 지점에 금속성 물질이 매장된 것을 확인했다며 문화재청에 굴착 허가를 요청했다. 문화재청도 당시 금괴 굴착을 위해 김 씨가 낸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 사항에 전문가 입회와 출토물 안전사고 대책 등 조건부 허가를 내줬다. 그러나 김 씨는 기본 조건부 요건조차 이행하지 못하고 발굴이 무산되며 흐지부지됐다.

2018년 7월 26일 신일그룹의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돈스코이호’ 모형.    뉴시스
2018년 7월 26일 신일그룹의 기자간담회에서 공개된 ‘돈스코이호’ 모형. 뉴시스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인양 사기 사건 = 울릉도 근해를 항해하다 침몰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사건은 해저 보물선 발굴을 미끼로 한 전형적인 투자 사기였다. 지난 2018년 한 기업이 150조 원 규모의 금괴가 실린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인근에서 발견해 금괴를 인양하려 한다며 금괴 인양을 전제로 발행된 암호화폐를 사면 금괴 인양으로 얻은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고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보물선 테마주’라는 미명 아래 발굴에 나선 관련 기업들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주가 조작과 함께 법망을 피해 회사명까지 바꿔가며 거액을 챙긴 일당은 결국 줄줄이 법정에 섰다.

돈스코이호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공격을 받고 침몰했으며 현재 가치로 150조 원가량의 금화와 금괴가 실려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지금까지 사실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군산 앞바다 금괴 실은 일본 보물선 인양설 = 군산 앞바다에 침몰한 일본 금괴 운반선 인양 소동은 2000년 이후 2차례 있었다. 투자금 7억 원을 갈취한 쾌창호 사기 사건(2002년)과 근대 중화민국과 홍콩의 주화 4068㎏을 인양한 시마마루 12호(2012년) 소동이다.

군산경찰서는 2002년 당시 보물선 발굴작업을 미끼로 동업자로부터 7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사기)로 발굴작업을 주도한 조모(당시 44세) 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2000년 11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금괴를 싣고 가다 군산 앞바다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쾌창호를 인양하면 금괴의 지분 17%를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최모 씨로부터 7억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당시 조 씨는 쾌창호의 위치를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침몰한 배에는 1조3000억 원 상당의 금괴와 은괴가 실려 있는데, 발굴작업이 90% 진척돼 조만간 인양할 것”이라고 속였다.

쾌창호 사건이 발생한 뒤 10년이 지난 2012년 금괴를 싣고 일본으로 향하다 침몰한 보물선 인양 소동이 또 일어났다. 해방 직전 보물을 싣고 가다 군산시 고군산군도 해역에서 침몰한 것으로 알려진 235t급 일본 화물선 시마마루 12호 소동이다. 최첨단 장비를 동원한 인양팀은 군산시 옥도면 선유도리 일대의 바다 밑바닥을 뒤지다 그해 5월 해저 15m 모래에 묻혀 있던 침몰선을 찾아냈다. 침몰선에선 4t가량의 중국 주화 등이 인양됐다. 당시 금괴로 추정되는 대형 상자의 위치가 확인됐다는 소문도 파다했지만 결국 ‘노다지’를 찾지 못하고 허망하게 뱃머리를 돌려야 했다.

전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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