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고민한 결과, 이제 깨달았습니다. 제 회복에 가장 필요한 것은 용서라는 것을…, 하지만 제대로 된 사과를 받고 싶습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피해자 A 씨는 17일 오전 서울 명동의 티마크그랜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마스크를 쓴 A 씨는 붐비는 지하철이나, 회사 사무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성추행 고소가 이뤄진 지난해 7월 8일 이후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다음날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였던 박 전 시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고, 우리 사회는 인권운동가였던 박 전 시장의 두 얼굴에 충격에 휩싸였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반응이었다. 그들은 A 씨를 ‘피해 호소인’으로 성추행 사실을 축소·은폐했다. 진보 성향 네티즌들은 A 씨에 대해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A 씨가 기자회견에 나오기까지는 252일이 걸렸다. 그가 “상실과 고통에 공감하지만 그 화살을 제게 돌리는 행위는 이제 멈춰주셨으면 좋겠다”며 울먹였을 때는 그동안 겪었을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길었을지 가늠케 했다. 그러면서도 A 씨는 4·7 서울시장 보선이 왜 시작됐는지 분명하게 밝혔다.

그는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저를 상처 준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되면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피해자 기자회견 후 9시간 만에 사과 입장을 발표했지만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민주당은 이번 파도를 넘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늦기 전에 A 씨가 원하는 마음이 담긴 진심 어린 사과에 나서야 한다.

나주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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