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과실연 상임대표

유엔 ‘물의 가치 찾기’ 캠페인
홍수·가뭄 교차 한국엔 더 중요
40년 만에 물관리 선진국 진입

2018년 만든 환경부 수자원국
利水 治水 제대로 하기 역부족
시너지 효과 창출할 대책 시급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World Water Day)이다. 매년 그해의 시의를 담은 주제로 유엔 보고서가 발표되는데, 올해의 주제는 ‘물의 가치 찾기(Valuing Water)’다. 건강·음식·에너지·문화 등의 인간계와 기후·생태·환경 등의 자연계에 있어 물의 가치를 제대로 찾아보자는 취지일 것이다. 특히, 물이 제공하는 환경적·심리적 무형의 가치를 포함해 생각해 보면 물의 소중함은 더욱 커진다.

우리가 물값을 지불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는 원수(原水)가 식수(食水)로 되기 위해 수처리 과정을 거쳤고, 일반 가정에 이르기 위해 에너지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물의 가치 찾기는 이보다는 훨씬 더 포괄적인 의미를 지닌다. 물이 지구 3차원 공간을 끊임없이 순환하고 있다는 명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 집 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은 단지 내 음식을 만들어주고 내 건강에 보탬을 주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나를 떠난 후에도 흐르고 흘러 다른 시간, 다른 곳에서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 갈 것이다. 따라서 떠날 때조차 그 가치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통합물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량과 수질을 동시에 다뤄야 하고, 상류와 하류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장기계획 아래 단기 전략을 세워야 하며,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아우르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2018년, 국토교통부의 수자원국이 환경부로 이관되면서 ‘통합물관리’의 첫걸음이 시작됐다. 즉, 수량과 수질을 통합 관리할 행정 체계가 생긴 것이다. 사실, 홍수와 가뭄이 매년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 이 두 가지 재해만이라도 꼼꼼히 대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 9월 태풍으로 인한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다목적댐을 너무 비워 두면, 10월부터 시작되는 갈수기에 물 공급이 힘들어져 난리가 난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지난 40여 년 동안 실무 경험이 쌓이고 전문 역량이 확충돼 온 결과, 물관리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제 이러한 기반에 하나 더, 즉 수질까지도 함께 고려해 보자는 시대적 요청이 바로 ‘환경부 수자원국’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통계로 확인되는 환경부 수자원국의 위상은 불안하기 그지없다. 올해 환경부의 물 관련 총예산은 4조3000억 원이다. 하지만 수자원국에는 4000억 원만이 책정돼 있다. 국토부로부터 하천시설 관련 예산 8000억 원이 올해 환경부로 이관된다 하더라도 수자원국의 예산은 물 관련 총예산의 25%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이수 및 치수 관련 신규 연구·개발(R&D) 예산은 3년 가까이 멈춰 서 있다. 국토부 수자원국에서 담당하던 연 400억 원 규모의 국가 R&D가 이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공위성과 레이더로 실시간 자료를 확보하고, 기후모형 연계 및 빅데이터 분석으로 홍수와 가뭄의 예측력을 높이며, 인공지능(AI)과 디지털트윈(실물의 디지털 버전) 등으로 재해를 관리하는 미래 수자원 연구가 멈춰 선 것이다. 머잖아 선진국에 저만치 뒤처져 있는 우리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할까 걱정스럽다.

상당한 산고(産苦)를 겪었는데도 환경부 수자원국의 ‘물관리 일원화’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다. 중앙부처만 보더라도 발전용 댐은 산업통상자원부 관할이고, 전체 물 사용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농업용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맡고 있으며, 산야의 수많은 소하천은 행정안전부 소관이다. 따라서, 환경부 수자원국의 성공적인 안착은 통합물관리 행로난(行路難)을 하나하나 헤쳐 나아가는 원동력이다. A와 B 통섭의 대전제는 A와 B 개별 특성이 굳건히 유지된 채 S라는 시너지가 창출돼야 한다는 점이다. 환경부 통합물관리도 예외는 아니다. 이수(利水)·치수(治水)·수질이라는 기존의 고유 역량이 흔들려선 안 될 것이다. 즉, 국토부 수자원국의 예산과 인력 수준을 환경부에서도 최소한 그대로 유지하면서 물관리가 일원화돼야 한다. 어설픈 조직 섞기보다는 개별 역량 간의 중복을 없애고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법과 제도의 정비, 행정 지원, 예산 확보를 우선 서둘러야 한다.

소중한 인명과 막대한 재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홍수와 가뭄은 불확실성이 매우 커서 실험의 대상이 돼선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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