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찰 예고에 대검 내부 부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을 재심의한 대검찰청 부장·고검장 회의결과에 대해 “수사지휘권 행사 취지가 제대로 반영된 건지 의문”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 것을 두고 현직 법무부 장관이 끝내 ‘여권의 대모’ 격인 한 전 총리 구명을 위해 검찰은 물론, 국가 사법시스템 전체를 또 한 번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3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박 장관이 전날 대검찰청 부장회의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또다시 감찰 지시를 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차라리 지난 19일 대검 부장회의 전체 녹취록 등 의사결정 과정을 전면 공개해 불필요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의 한 관계자는 “감찰과 민간 참여 공청회 과정은 물론, 이와는 별도로 대검 부장회의 의사결정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현직 검사장은 “여권에서도 생중계하자고 했던 회의인데 언론 유출 경위를 감찰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느냐”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대검 부장회의 하루 전인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반발하는 검사들이 요구하는 (회의) 생중계 찬성합니다”며 “어느 검사가 무슨 주장을 하는지 국민이 다 듣고 판단하도록 합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장 궁지에 몰린 박 장관이 이름뿐인 ‘감찰’ 카드로 끝까지 한 전 총리에 대한 검찰 수사를 흠집 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럴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기소하라고 수사 지휘를 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격한 반응이 나왔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빙빙 돌릴 것 없이 그냥 한 전 총리를 사면 시키면 되지 않느냐”면서 “당시 검찰 수사가 불법 수사였다며 낙인을 찍고 난 뒤 사면해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인가. 참으로 비겁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180석이 있으면 4심, 5심까지 추가가 가능한 것이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왔다. 앞서 박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 되기 이전부터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해 대법원 확정판결이 잘못됐다며 비난해 왔다.

특히 당초 지시를 받고 사건 기록을 검토한 법무부 감찰관실 내부에서마저 기소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무리하게 발동한 데 따른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희권·염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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