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농업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심신건강을 다스리고 치료하는 활동으로 농촌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치유농업의 일환으로 강원 횡성 태기산 마을에서 방문객들이 트레킹을 하고 있다. 농진청 제공
25일은 ‘치유농업의 날’… 농진청, 프로그램 개발 박차
서울·경북에 거점 치유농장 동·식물 등 활용 치유서비스 10월엔 치유농업사 시험도
치유농업 접한 만성질환자 인슐린 분비↑ 스트레스↓
농촌 치유관광 프로그램으로 농가 수익증진에도 큰 도움
오는 25일은 ‘치유농업의 날’이다.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치유농업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치유농업법)’이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 이날을 기념해 새로 제정됐다.
일반인들에게 치유농업은 아직 낯설다. 막연하게 치유농업에 대한 추론은 가능하지만 도대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 전반에서 치유농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치유농업은 농업·농촌의 미래 산업이자, 우리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증진시키는 새로운 영역의 농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허태웅 농촌진흥청장은 24일 “치유농업을 통해 농업·농촌의 지속 성장과 국민 삶의 질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다”며 “다양한 형태의 치유농업 연구 시도와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농업·농촌 분야 일자리 창출은 물론, 가치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유농업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숲 속에 설치된 해먹에 누워 여유를 즐기고 있다.
◇새로운 미래산업, 치유농업 = 농진청에 따르면 치유농업(Agro-medical 또는 Agro-healing)의 사전적 정의는 ‘농업·농촌 자원을 이용한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제공해 국민의 건강증진을 도모하는 산업’이다. 보다 넓게 보자면, 농업이 우리의 건강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고, 재생시키는 모든 활동이 치유농업에 해당한다.
1990년대까지는 대개 원예치료라는 말이 쓰였으나 농진청이 2013년 유럽의 복지·농업 선진국의 녹색치유농업 사례 및 효과분석 연구를 진행하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의하다가 치유농업이란 말을 처음으로 사용했다. 국내 치유농업은 매년 성장 추세다. 지난 2013년 1조6000억 원의 시장규모는 2017년엔 3조7000억 원까지로 성장했다. 2021년 현재는 이보다 더 큰 규모다.
지난해 34만여 명이었던 치유농업 이용자는 해마다 늘어 2030년엔 39만 명, 2040년엔 4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자살률이 인구 10만 명당 24.3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2위에 달하는 현실에 비춰볼 때 사람들의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치유농업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치유농업법 제정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앞으로 농업·농촌 자원을 치유 자원화해 안전하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을 연구·개발(R&D)하고 보급화·사업화하는 한편, 전문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농진청은 1994년부터 꽃, 채소 등 원예작물의 치유효과 연구를 시작해 2013년 치유농업 개념을 정립한 뒤 치유농업의 건강증진 효과를 검증하는 데 주력했다. 2017년부터는 치유농업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연구결과도 상당하다. 그간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치유농업을 경험하게 한 결과, 허리둘레 감소(2㎝가량), 나쁜 콜레스테롤(LDL) 감소(9.2%), 인슐린 분비기능 증가(47%),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28.1%) 등의 효과를 확인(2019년)하기도 했다. 노인(65세 이상)들의 경우 실버 주말농장에서 채소류 씨 뿌리기, 토마토 심기, 꽃밭 가꾸기, 허브차 만들기 등의 활동을 통해 우울감이 60% 감소했다. 또 총콜레스테롤은 5%, 체지방률은 2% 각각 감소했다.
이 같은 연구를 근거로 전국에는 다양한 형태의 치유농장들이 생겼다. 전북 완주 소재 드림뜰 힐링팜 치유농장은 원예치료사, 직업재활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갖춘 대표가 직접 꽃, 허브, 채소(토마토, 고추, 가지, 쌈채류), 동물을 활용해 사람들의 회복을 돕는다.
송미나 대표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치유농업을 통해 지친 사람들의 내면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장애인복지관, 치매센터, 교육청, 가족지원센터 등 다양한 기관들과 연계해 치유농업의 효과를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재배동, 교육동, 동물농장, 숲길, 카페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선 식물·허브 심기, 지지대 세우기, 식물 관찰, 허브족욕 및 티, 힐링 꽃바구니 만들기가 진행된다.
좋은 먹거리 식사도 치유농업의 한 부분이다. 강원도 홍천의 치유 밥상.
◇국민 치유는 물론, 다양한 일자리까지 = 법 제정으로 농진청의 치유농업 활용 연구는 더 확대될 기회를 얻게 됐다. 먼저 건강증진을 위한 다양한 치유농업 기술개발에 나선다. 아동·청소년 자아 존중감 향상 및 주의집중력 회복을 위해 복지원예사, 사회복지사, 교육전문가들과 협업해 치유자원을 2021년까지 발굴한다. 이를 활용할 기술개발 등 프로그램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스트레스, 우울 대상자를 위한 치유농장·치유자원도 발굴한다. 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소방공무원들의 스트레스 경감을 위한 농업의 치유효과 분석 및 활용기술을 제공하는 한편, 농촌 치유관광객들이 원하는 치유방식과 운영 모델을 개발한다.
이 같은 프로그램 개발과 함께 시설 확충과 전문인력 양성도 이뤄진다. 농진청은 지역 단위 치유농업 지원을 위해 서울과 경북에 거점시설을 설치해 치유농장 기술지원과 프로그램 개발, 치유농업사 양성에 나설 계획이다. 치유농장의 경우 식물·동물 등을 활용해 국민 치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 21개소를 전국적으로 설치한다. 또 치유농업사 양성을 위해 매년 5월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을 지정하고 10월에는 자격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부터는 치유농업 정보화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내년부터는 정보망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농진청은 앞으로 소속기관별로 기관 고유과제,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공동 연구과제를 통해 치유농업 R&D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부터 5년간 농림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개발 및 확산을 위한 연구를 산림청, 해양수산부와 함께 부처협업 사업으로 착수했다. 이 사업을 통해 치유자원 측정기술, 치유농장 스마트시스템 개발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연계형 치유농업 모델 개발, 가상 치유농장 체험기술 개발 등 치유농업 정착과 지속적 발전을 위한 접근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치유농업법 시행과 함께 국민 생활 속에 반영돼 농업·농촌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사업을 발굴한다.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과 업무협약(MOU)을 통해 치유농업을 사회서비스 사업에 반영하거나 직원 복지를 위한 자체 사업에 연계했던 것처럼 부처 간 협업과제를 최대한 많이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한 과학적 치유효과 증명, 치유농업 서비스의 표준화 개발 및 치유농업을 이용한 농가 수익창출 모델을 제시하는 등 치유농업의 건전한 성장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