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수 논설위원

또 슈퍼추경으로 나랏빚 늘려
홍두사미 홍백기 예스맨 조롱
부채 1000兆 최악 기록 장관

재정장관 장수 신기록 곧 수립
재임 더 할수록 흑역사만 연장
변창흠과 떠나는 次惡이라도


역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이번 추경에서도 진면목을 발휘했다. 재정이 빠듯하다더니 4차 재난지원금 19조5000억 원을 뒷받침하는 15조 원의 슈퍼 추경안을 만들어 국회에 냈다. 사전에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선별-보편 지원을 놓고 충돌하는 듯한 이벤트 연출도 어김없었다. 국회 예결위가 24일 추경 규모를 확정할 예정이지만, 진작에 이 전 대표가 예고했던 대로 4차 지원금은 20조 원을 훌쩍 넘고 추경은 몇조 원이 추가로 늘어나는 결말일 것이다. 이렇게 나랏빚은 또 속절없이 10조 원 넘게 늘게 됐다.

그의 ‘재정 투쟁 쇼’에 또 속고 말았다. 과연 홍두사미·홍백기라는 별칭이 손색없다. 여권으로선 더할 나위 없는 기재부 장관이다. 하명에 충직한 예스맨이다. 홍 장관은 없는 돈에 문재인 대통령이 주문한 세금 일자리를 15만7000여 개 만든다며 2조 원 넘는 돈을 추경에 넣었다. 그러나 고용 분식용이다. 추경 일자리 가운데 거의 10만 개는 최저임금 이하이고, 14만7000개가 편의점 알바 등 단기 일자리다. 그의 고용위기 인식부터 문제다. 지난 2월 취업자 감소는 1999년 이후 최대였는데, 최악 수준이던 1월보다 덜 줄어든 것을 ‘개선’이라고 평가했다. 통계의 기저효과만 의식한 듯 ‘내달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청년 체감 실업률이 26%를 넘는 현실에서 경제 사령탑이라는 장관이 할 말이 아니다.

너무 가벼운 언동에다, 정무적 판단력과 위기 대응력 역시 의문이다. 코로나 재확산이 우려되고, 영세 자영업자들이 죽겠다고 하는 판인데 얼마 전에는 느닷없이 코로나 사태 이후의 ‘보복 소비’를 뒷받침하겠다며, 2300만 명에 5000억 원의 소비쿠폰을 뿌리겠노라고 엉뚱한 언급까지 했다. 그러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투기 사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시한부 유임으로 사실상 물 건너간 2·4 부동산대책에 대해선 보완·수습책 없이 대통령 말을 좇아 ‘예정대로 한다’만 반복하고 있다. 이러니 관계 장관 회의는 무용지물이다.

주요국마다 ‘포스트 코로나’ 대비에 비상이다. 그래도 미국, 유럽 등은 백신 접종을 서두른 덕에 이르면 상반기에 집단면역을 이뤄 올 하반기부터는 경제와 일상이 정상화될 것이란 기대에 차 있다. 한국은 이미 한참 뒤처져 있다. 오는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조차 지극히 불확실하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이 코로나 복원력에서 다른 나라에 크게 뒤진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예산 전문가인 홍 장관은 헐거운 재정 준칙마저 못 만들고 있다. 무슨 대비를 하나라도 하고는 있는 건지 전혀 신뢰감이 없다.

홍 장관은 오늘로 취임한 지 836일이다. 역대 최장수인 이명박 정부 때의 윤증현 전 장관(842일)과 불과 6일 차이다. 본인과 그 주변에선 이런 이력이 자랑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세인의 관심은 그의 재임 기간과 비례해서 길어지는 흑역사가 언제 끝날지에 쏠려 있다. 이미 흑역사 기록들이 수두룩하다. 1년에 추경 네 번은 59년 만의 진기록이다. 재임 중 추경 5회인 기재부 장관은 처음일 것이다. 그렇게 나라 곳간을 탈탈 털어 사상 처음인 나랏빚 1000조 원 돌파를 연내로 앞당기고 있는 것이 그의 성적표 핵심이다. 일국의 경제 사령탑이 이처럼 대놓고 조롱받는 것도 유례없다.

기재부는 자부심이 유독 강하다. 과거 군사 정권에서도 총을 든 군인과 당당히 맞서며 예산을 깎았다는 경험담을 홍 장관도 잘 알 것이다. 그보다 재임 기간이 훨씬 짧은 전임 김동연 전 장관은 그래도 ‘소주성’에 반발해 사퇴했다. 홍 장관은 잇단 추경에 고생하는 예산실 사무관이 안쓰럽다고 말했었다. 그러면서 흑역사를 계속 써 가니 영은 영대로 안 서고, 본인 역시 민망할 것이다. 후배들에게 그나마 설 자리를 남겨 주려면, 더는 하산이 늦지 않아야 한다. 후임자도 최소한의 경각심을 가질 것이다. 이 정권에선 더 붙들지 모르겠지만, 최장수 장관이 된들 흑역사만 더 길어질 뿐이다. 마침 변창흠 장관의 사퇴까지 예고돼 있다. 4·7 보궐선거를 감안하면 이달을 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홍 장관은 국회의원 겸직 장관이 아닌 정통 관료다. 차선은 어림없어도 ‘차악’이라도 되려고 애는 써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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