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정치부 차장

2주 앞으로 다가온 4·7 재·보궐선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는 여전히 낙관론이 적지 않다. 이해찬 전 대표는 지난 19일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서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22일 “일주일 동안 언론에 온통 (야권) 단일화 이야기만 나오는데 그 정도 (승리하는) 결과가 안 나오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라며 “단일화 정치쇼는 신기루 같아서 실체 없는 허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현 상황을 반영했다기보다는 지지층을 겨냥했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선거 분위기가 팽팽해질 거라는 민주당 관계자가 꽤 많다는 점에서 단순한 허세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쉬운 선거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승산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자신감은 2017년 대통령선거부터 이어온 승리 경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특히 야권이 분열됐던 2017년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와 달리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거는 사실상 여야가 일대일로 맞붙었음에도 민주당은 180석을 가져가는 유례 없는 대승을 거뒀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국의 선거 정치 2010-2020’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거치면서도 변화에 둔감했던 미래통합당이 다시 심판을 받았다고 21대 총선 결과를 설명했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야당 복(福)’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선거 판세가 나빠지자 민주당은 네거티브 카드를 꺼냈다. 대표적인 게 국민의힘 후보의 부동산 관련 의혹이다. 민주당은 선대위 회의, 의원 기자회견, 캠프 논평 등을 통해 집요하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서울 내곡동 ‘셀프 보상’ 의혹을 공격했다. 오 후보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커지자 공세의 강도는 더 커졌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향해서도 엘시티 투기 의혹 등을 계속 물고 늘어지고 있다.

다만, 이번 선거는 여당이 도덕적·윤리적 우위를 가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최근 선거와는 다르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 추문으로 선거가 열리게 됐다는 사실은 선거의 상수(常數)다. 게다가 민주당은 당헌까지 변경하며 재·보선에 참여한다. 본격적인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 후에도 민주당은 반성과 피해자 보듬기를 통한 정면돌파보다는 외면하는 전술을 선택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23일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며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주장했다. 피해자를 위로하는 형식적인 말조차 없었다.

결국 민주당은 바뀌지 않았고, 바뀔 의지도 없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야권을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게 합리적인 선거 전략이다. 함께 진흙탕에서 뒹구는 상황이 된다면 금상첨화다. 중도층 유권자를 공략해 표를 확장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투표를 포기하게 해 지지층 싸움으로 끌고 가는 게 낫다. 선거에서 후보 검증은 필요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정으로 기대하는 건 검증을 넘어 유권자의 정치 혐오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과한 상상일까.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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