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거돈 性추행’ 첫 재판 3주 연기… 피해 여직원 강력반발

“피해자 보호하는양 위선 떨고
자신 속이며 끝없는 자가당착 ”

경찰·검찰서 9개월 넘게 수사
공판기일→공판준비기일 변경

부산지법“吳측에서 연기 신청
시간 필요하다 판단해 미뤘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여직원 성추행에 대한 시인과 사퇴 기자회견을 지난해 ‘4·15’ 국회의원 총선거 이후에 한 데 이어 다시 이번에는 첫 재판을 부산시장 보궐선거 뒤로 미뤄 파문이 일고 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오 전 시장이 유발해 하는 선거인데 선거 이전 첫 재판이 열리는 것을 우려해 다시 재판이 연기된 것으로 보여 피해자 측이 반발하고 있다. 여권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1년가량 가해자 처벌이 계속 미뤄지는 등 피해자가 외려 희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4일 부산지법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8일 부하 여직원 2명에 대한 강제추행 치상 및 강제추행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 전 시장 첫 재판은 당초 지난 2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오 전 시장 측 요청으로 연기됐다. 재판부는 바뀐 재판일을 특정하지 않는 대신 4·7 보궐선거 이후인 4월 13일을 공판준비기일로 공고했다.

공판준비기일은 향후 공판이 집중적·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 검찰과 변호인이 미리 쟁점사항을 정리하고 증거조사를 할 수 있도록 증거 조사 방법에 관해 논의하는 절차를 말한다. 공판준비기일의 횟수는 제한이 없고 재판부가 사안에 따라 결정한다. 원래 23일은 공판기일이었으나 공판준비기일로 바뀐 것도 특이한 점이다. 재판부가 변호인 입장을 대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사실 이 사건은 발생 후에도 경찰이 4개월간 수사를 벌였고, 이후 사건을 송치받은 부산지검도 5개월 동안 수사해 불구속 상태에서 9개월여 만인 올해 1월 28일에야 재판에 넘겨졌고, 첫 재판도 지연되고 있어 일반 사건과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부산지법 관계자는 “변호인 측에서 변론준비가 덜 돼 있고, 수사기록에 대한 추가 복사가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연기 신청이 들어왔고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첫 공판준비기일을 4월 13일로 정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오거돈 성폭력 사건 피해자는 지난 23일 재판을 연기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사건을 수임한 ‘법무법인 부산’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 사건 피해자 A 씨는 23일 부산성폭력상담소를 통해 ‘오거돈 성폭력 사건 재판연기에 따른 피해자 입장문’을 내고 “오늘로 예정됐던 1차 재판이 오거돈 요청으로 3주 뒤로, 그것도 재판 준비 기일로 바뀌었다”며 “누군가에게는 짧은 시간일지도 모르겠으나 저에게는 한겨울 얼음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듯한 끔찍한 시간이 3주나 더 늘어났다”고 밝혔다.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1년인데 그냥 죄를 인정하고 죄지은 만큼만 벌 받으면 안 되는가. 당신에게 최소한의 양심을 바라는 제가 이상한 겁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이어 오 전 시장 성폭력 사건 당시 사퇴 등을 공증하고 오 전 시장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부산도 비판했다. A 씨는 “재판 연기를 신청한 법무법인 부산 대표 정재성 씨께도 묻는다”며 “본인이 이 사건을 수임하는 것 자체만으로 정쟁의 빌미가 된다는 것을 모르는가”라고 되물었다. 또 “오거돈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는 모두 무혐의 결론이 났다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오거돈의 성범죄를 변호하는 건가”라며 “수임료 때문에 오거돈 측에 선 거라면 돈 없는 저는 더더욱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오 전 시장 사퇴 당시 측근들도 겨냥해 “저를 협박하고 합의를 종용하며 본인의 책임에서 끝까지 도망쳤던 몇몇 분께도 한마디 한다”며 “1년 가까이 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피해자를 보호하는 양 위선 떨던 분들, 제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스로를 속이며 끝없는 자가당착에 빠진 모습이 이제는 한심하고 불쌍하기까지 하다”며 “2차 가해 그만하고 부디 상식으로 살길 바란다”고 비난했다.

부산=김기현 기자 ant735@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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