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부터 시행 ‘연착륙’미지수

모든 금융상품에 청약 철회권
분쟁때 고객이 자료열람 가능

금융사들 “준비 시간조차 부족
보상범위 등 모호한 규정 많아”


25일 시행되는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소비자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민사소송 위험에는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금융사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금융소비자 중심의 서비스 제공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시행을 하루 앞둔 24일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시행세칙이 정밀하게 마련돼 있지 않아 금융권이 법을 체화하지 못한 ‘소화 불량’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6개월간 ‘지도’ 중심으로 감독하겠다는 처방을 내놨지만, 제도 정착까지는 경착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비자 권리 강화=금소법은 일부 상품에만 적용됐던 6대 판매원칙(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준수, 불공정영업행위, 부당권유행위, 허위·과장광고 금지)을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하는 게 골자다. 특히 설명의무에 대한 입증 책임이 기존엔 금융소비자에게 있었지만 금소법 시행 후엔 금융사로 전환된다.

금융소비자 권리도 한층 강화된다. 일부에만 적용됐던 청약철회권이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돼 대출은 14일 이내, 보험 등 보장성 금융상품은 15일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상품의 핵심 정보를 듣지 못한 불완전 판매 계약은 금융소비자가 금전적 부담 없이 철회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도 새로 생긴다. 소송이나 분쟁조정 때 금융소비자가 금융사에 자료열람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만들어졌다. 김헌수 순천향대 교수는 “공급자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꿔 그나마 균형감을 찾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착까지 혼란 불가피=문제는 제도 정착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체적 내용을 담은 감독규정은 지난 17일에야 확정됐고, 시행세칙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금융권이 금소법을 준비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진작부터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해 왔지만 현재 법 해석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아직도 내부 프로세스 정립, 전산 시스템 개발, 직원 교육 등의 과정이 남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위규정 제정 과정에서 기존 방침과는 다른 ‘예외 사항’도 생겨 혼란이 가중됐다는 평가다.

모호하거나 무리한 세부 규정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금융권은 금융소비자가 5년 내 행사할 수 있는 위법계약해지권의 불명확한 보상 범위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법에 따라 금융사는 위법계약 해지 때 수수료, 위약금 등 관련 비용을 요구할 수 없다. 그런데 정기예금의 경우 해지 날까지 중도해지이자율을 적용해야 할지, 약정이자율을 반영할지 법 해석이 필요하다.

민정혜 기자 leaf@munhwa.com
민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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