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수년 동안 비서실 여직원을 성희롱해 오다가 피해 여성의 고소로 수사 대상이 되자 자살로써 사건을 덮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당시 상황을 목격하거나 문자 메시지 등을 본 서울시 관계자들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사실이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이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과 박 전 시장 지지자들에 의한 2차 가해가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성희롱 사실이 공표되자, 남인순·진선미·고민정 등 여권의 여성 의원들은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이라 불렀다. 여당 대표나 최고위원들도 한때 피해호소인이라며 이 사건이 피해 여성의 일방적 주장인 것처럼 호도했다. 그런 사람들을 박 전 시장 성희롱으로 인해 치러지는 4·7 보궐선거에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선거 캠프에 합류시켰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아쉬워하며 배제했다.

2차 가해는 점입가경이다. 여당 지지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는 지난해 9월 17일 ‘단독! 고 박원순 시장 고소인 영상 공개!’라는 제목으로 박 시장과 피해 여성이 케이크 자르는 칼을 함께 잡은 손을 클로즈업해 보여줬다. 그러면서 여성이 박 시장의 손을 덮었으니 오히려 박 시장이 성추행 당했다고 덮어씌웠다. 진혜원 전 동부지검 부부장은 페이스북에 박 시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며 ‘자수한다, 팔짱을 끼는 방법으로 성인 남성을 성추행했다’고 희화화함으로써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낙마한 우상호 의원은 박 전 시장을 ‘롤 모델’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며 2차 가해에 동참했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2차 가해를 멈춰 달라고 호소하자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은 그 회견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자 이번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선관위를 징계해 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려 집단적 2차 가해를 계속하고 있다.

당 차원의 공식 대응은 아니더라도 민주당과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이런 행보는 명백한 2차 가해라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런 때에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지낸 임종석 씨가 페이스북에서 ‘박원순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찾아가는 곳마다 박원순의 향기를 느낀다’고 함으로써 2차 가해의 절정을 보였다.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청렴성과 무슨 관계가 있나.

성희롱과 관계없는 것들을 끌어들여 명백한 사실마저 호도하는 것은 명백한 2차 가해다. 게다가 박 전 시장의 성희롱 사건으로 보선이 치러지는 마당에 임 전 비서실장까지 나서서 선거판에 박 전 시장을 소환하는 이유는 무얼까. 박 전 시장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박 전 시장이 시장직을 계속할 수 없었다는 코스프레를 통해 지지자들의 동정심을 유발해 투표참여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계산 속에 피해자의 인권은 유린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이런 모습에서 이른바 진보 세력의 위선과 파렴치, 극단적 편 가르기를 본다. 오로지 자기편밖에 모르는 그들에게 상식과 정의, 공정과 윤리의식이 있기는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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