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랜들 존스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일본 담당관은 서구의 몇 안 되는 지한파(知韓波) 이코노미스트다. 그는 1993년 우리나라가 OECD 가입을 준비하던 때부터 30년 가까이 한국 경제 정책을 분석해왔다. 미국의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19세 되던 1974년부터 2년간 부산, 대구, 광주, 서울 등을 다니며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익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지금도 미국 컬럼비아대 일본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으로 한국과 일본 경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일보는 최근 이메일을 통해 그와 단독 인터뷰(2021년 3월 9일 자 1·8면)를 진행했다. 코로나19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시점에서 한국 경제의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에 대한 조언을 얻기 위해 그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존스 연구위원의 한국 경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는 “한국의 정부 지출과 빚의 증가 속도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준칙에 부합하지 않으며,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홍남기 경제팀은 얼마 전 “‘(국가채무 비율/60%)×(통합재정수지 비율/-3%)’ 값이 1보다 작거나 같아야 한다”는 내용의 재정준칙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산식에 따르면, 통합재정수지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0.0001%라도 흑자면 국가채무 비율은 아무리 높아져도 재정 준칙 위반이 아니어서 국내에서는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존스 연구위원은 한국의 정부 지출과 빚의 증가 속도가 매우 느슨한 재정준칙에조차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는 “올해 본예산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새로운 추경 편성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올해 한국 경제가 예상대로 회복된다면 내년 예산의 지출 증가율은 경제 성장률 수준이어야 하고, 추경은 오직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편성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존스 연구위원은 “앞으로 가계에 대한 추가 현금 지원은 보편(universal) 지급보다는 선별(targeted)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경제를 오랫동안 연구한 전문가가 이 같은 고언(苦言)을 쏟아내는 상황에서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30대 국회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추경으로 15조 원이 아니라 최소 100조 원은 써야 한다”며 “1인당 40만 원씩 분기별로 지급해도 80조 원이고, 소상공인 손실 보상에 20조 원을 쓰면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이 끝난 뒤 평소 ‘돌부처’라는 얘기를 듣는 안일환 기재부 2차관이 오죽하면 “100조 원 적자를 쉽게 낼 수 있는 것처럼 얘기하면 후세대에 굉장한 부담을 준다”며 “100조 원을 누가 갚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나무라듯 얘기했을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최근 “서울 시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의 보편적 재난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총예산은 1조 원가량 든다고 한다. 예부터 곳간이 무너지면 그 나라는 망국의 길을 걸었다. 당장 공짜 돈 나눠준다니까 혹하는 게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고 하지만, 그 이후를 보지 못하면 개인이나 국가나 미래가 없다.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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