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발 수위 높이는 北

오바마 취임 74일 뒤 ‘은하 2호’
트럼프 땐 22일만에 IRBM 발사


북한은 미국의 새 행정부 임기 초반 미사일 도발이나 핵 실험 등을 감행하며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과거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도 이뤄졌던 도발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그 수단과 수위 측면에서 한 차원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25일 발사한 미사일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경우 미국을 향해 초강도 도발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취재를 종합하면 북한은 2017년 2월 12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22일 만에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시험 발사했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SLBM을 육상용으로 변형한 IRBM으로 추정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플로리다주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찬을 하던 중 북한의 도발 소식을 접한 뒤 긴급 회견을 열고 “북한을 아주 강력히 다룰 것”이라며 대북 강경 입장을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 때에는 출범 74일 후인 2009년 4월 5일 북한이 함경북도 무수단에서 장거리 로켓 ‘은하 2호’를 발사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체코 프라하에서 자신의 안보 구상을 담은 ‘핵무기 없는 세계’ 특별 연설을 하기 몇 시간 전 북한의 도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북한은 그로부터 7주 뒤인 5월 25일 2차 핵실험도 강행, 미국의 ‘전략적 인내’ 대북 정책 본격화 계기를 초래했다. 오바마 대통령 재선 직후인 2012년 12월 12일에도 장거리 로켓 ‘은하 3호’를 발사한 데 이어 두 달 뒤인 2013년 2월 12일에는 3차 핵실험에 나섰다.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2개월가량 침묵을 지켜 오던 북한은 지난 21일 순항미사일로 저강도 도발을 한 데 이어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까지 감행하며 미 측과 정면 대결을 예고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에 맞대응하고자 무력시위를 본격 시작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새 정부에 자신들의 입장을 재확인하기 위한 차원에서 앞으로 유사한 도발이 추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유진 기자 klu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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