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 주재로 1시간30분간 열려
美·北 관계 급속 진전 어려워져


북한이 25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하자 우리 정부도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우려를 표명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였다.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새로운 대북 정책을 확정 짓는 시점을 염두에 둔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중대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로 남북 관계 및 미·북 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 동안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를 열었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지 두 시간여 지나고서다. 이날 회의에는 원인철 합동참모본부 의장으로부터 북한의 미사일 도발 관련 보고를 받은 뒤 한반도 안보 상황을 점검했다. 청와대는 “NSC 상임위원들은 미국의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되는 가운데 미사일 발사가 이뤄진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이번 발사의 배경과 의도를 정밀 분석하면서 관련 협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강도 높은 도발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의 ‘톱다운’ 방식의 대북 정책을 바이든 정부가 여전히 탐탁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설득하는 게 훨씬 어려워졌다. 특히 다음 주 새로운 대북 정책의 확정을 위한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가 예정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은 우리 측 주장의 설득력을 급격히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을 경우 대화의 여지는 더 줄어들고, 문재인 정부의 의도대로 동북아 정세가 흘러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소식통은 “바이든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달리 북한의 도발에 원칙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을 둘러싼 정세가 급격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고 자연스레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거론할 여지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집권 후반기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남은 임기 동안 최대한 미·북 간 대화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지만, 미국과 북한 모두 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만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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