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거래가 반영 안돼… ‘허점투성이’ 재산 공개

김상조, 17억아파트 11억 신고
존비속 재산 공개 거부도 가능


지난 1993년부터 매년 공개된 정부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시스템의 실효성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직계 존·비속의 재산 내역은 비공개할 수 있는 등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發) 공직자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재산공개시스템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실거래가 아닌 공시가격 또는 취득원가로 신고=정부 관보에 게재되는 고위공직자 부동산 재산은 공직자윤리법상 ‘기준시가(기준일의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중 높은 금액으로 하게 돼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실거래가’는 시세가 아닌 실제 매입 금액이다. 만약 10년 전에 매입한 부동산이라면 현재 시세가 아닌 10년 전 시세가 되는 셈이다. 즉 ‘시세에 못 미치는 공시가격’이나 ‘현재 시세가 아닌 예전 매입 금액’ 중 높은 금액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에 실제 재산 규모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해 아파트 가격이 비싼 서울 강남권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부 고위공직자의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현재 가액이 10억 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섰고,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에서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3.3㎡당 강남구 3000만 원, 서초구 2640만 원, 송파구 2478만 원, KB) 것을 고려하면 신고가액이 턱없이 낮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직계 존·비속은 재산공개 거부 가능=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의 고지 거부율은 34.2%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직계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하면서 재산이 2억여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이공현)가 25일 공개한 고위 법관의 지난해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11억7877만 원의 재산을 신고해 전체 법관 중 115위에 올랐다. 다만, 직계비속의 재산 고지를 거부해 지난해보다 2억2295만 원이 줄었다. 현행법상 재산신고 대상자의 배우자는 재산등록을 반드시 해야 하지만 직계 존·비속의 재산은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존·비속의 경우 ‘고지거부’를 할 수 있다. ‘독립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란 최저생계비의 150% 정도 이상의 수입이 있고 별도의 가구를 구성하고 있는 경우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국회의원 본인의 재산을 빼돌리기 위해 재산축적을 축소·은닉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잘못 게재해도 처벌은 솜방망이=재산신고를 잘못해도 처벌은 세지 않다. 대상자에겐 공직자윤리법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한 징계 또는 해임 등이 내려질 수 있다. 다만 신고가액이 틀렸다는 사실만으로는 위반으로 볼 수 없고, 신고 대상의 금액과 종류, 신고 당시의 정황을 따져 불성실 신고라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한다.
황혜진·이은지 기자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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