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 후기 대학자였던 다산 정약용(사진)은 천주교 신자였다. 이번에 복자 추대를 받는 이벽, 이승훈, 황사영이 그의 신앙 동료였다. 그러면 정약용도 시복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다산이 배교(背敎)했다는 증거 기록이 분명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시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다산은 자신을 끔찍이 아끼던 정조에게 1797년 ‘자명소(自明疏)’를 올려 천주교를 버렸음을 분명히 밝혔다. 1801년 ‘황사영 백서사건’ 때에도 국청을 받자 이미 신앙을 떠났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다산의 배교가 본심이 아니어서 유배에서 돌아온 후에 다시 신앙생활을 했다고 보는 연구자들이 있다. 지난 2019년 ‘다산독본- 파란’을 펴낸 정민 한양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다산이 천주교 초기 신부(神父) 중 한 사람이었으며 겉으로 배교했으나 속으로는 평생 천주를 믿고 의지했다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 설파한다.
이런 시각에 대해 주교회의 관계자는 “교회 사학자들은 다산이 배교 이후에 교인으로서의 기록을 의도적으로 지웠다는 것에 일치된 의견을 보인다”며 “앞으로도 그가 성인이나 복자로 추천받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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