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레(30)·정지민(여·34) 부부

당시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저(지민)는, 여러 나라의 대학을 다니며 공부할 수 있는 글로벌 MBA 프로그램에 선발되는 기회를 얻었어요. 바로 첫 번째 나라인 싱가포르로 떠났죠. 저와 남편은 대학 오리엔테이션 날 같은 팀이 되며 알게 됐어요. 팀원들과 미션을 수행하며 도착지까지 함께 가는 게임을 진행했는데요, 저희 팀이 1등을 했어요. 모두가 기쁨을 만끽하며 서로 사진을 찍어줬죠.

남편의 작업은 이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부산스러운 틈을 타 제게 번호를 알려주며 사진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어요. 오리엔테이션이 끝난 후 지인들에게 부탁해 저와의 식사 자리도 만들었습니다. 식사 후 남편이 제게 “좀 걷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싱가포르의 명소인 보트 키를 거닐며, 깊고 진지한 대화를 많이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고, 짧은 시간 동안 아주 가까워졌죠. 한 학기는 금방 지나갔고, 어느덧 제가 두 번째 나라인 호주로 떠나야 할 때가 됐습니다. 남편 역시 핀란드로 돌아가야 했죠.

이후 남편은 취직을 준비하고 저는 호주를 거쳐 두바이까지 글로벌 MBA 프로그램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고는 곧장 핀란드로 날아갔어요. 남편을 만나려고요. 남편도 기다렸다는 듯 제가 있는 호텔까지 뛰어와 준비해 둔 선물을 건네줬습니다. 그러고는 저를 꼭 안고 “너는 내 여자친구야”라고 말하더라고요. 떨리는 남편 품에 안겨 그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남편이 한국으로 와 제게 프러포즈했어요. 그날이 남편 생일이었는데, “하루 종일 영상통화 해야 하니까 시간 비워둬”라고 하더니 글쎄, 저 몰래 한국으로 온 겁니다. 서울역 근처에서 만났는데, 그곳에서 바로 무릎을 꿇고 제게 프러포즈했습니다. 그렇게 2018년 9월 13일, 핀란드에서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지금처럼 저희가 좋아하는 것들을 언제나 함께하며 추억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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