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함구해오던 日은 당혹
대화 시작도 전에 마찰 커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공개 개최하기로 한 한·일 국장급 협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서 양국 외교당국 간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 내에 한국이 강제징용·위안부 판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을 먼저 내놓지 않는 한 관계 개선을 시도해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강한 상황에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이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담회에서 정 장관은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지까지 드러냈지만, 관계 회복의 첫발을 떼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조기에 개최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런 일본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우리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오늘 일본으로 출발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 문제를 한·미·일 3각 협력의 틀 속에서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일본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장급 협의 일정, 의제와 관련해서도 ‘비공개 협의’라는 이유로 일절 함구 중이다. 일본 사정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1일 “정 장관이 당국 간 비공개로 합의한 사안을 공개한 것은 한국 문제와 관련한 일본 내 정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거나 한·일 관계 그 자체보다는 본인이 한·일 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홍보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한·일 외교장관이 두 달 넘게 상견례 통화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양국 관계가 살얼음판인 상황에서 양국 간 신뢰 구축이 더 어려워졌다”고 꼬집었다.

일본은 강제징용·위안부 판결에 대한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해법 제시가 이뤄지지 않는 한 한·일 간 의미 있는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본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한국에 대한 강경 목소리가 매우 강해 외무성이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런 국면에서 5개월 만에 열리는 한·일 국장급 대면 협의지만 우리 측이 위안부·강제징용 판결 해법을 가지고 왔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 일본 측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양국이 관계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외교적 마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김영주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