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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화폐 | 핀 브런턴 지음,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절대적 자유·욕망 앞세운
오스트리아학파가 그 뿌리
테크노크라시가 제도화해

70년대 다양한 실험 진행
90년대초 암호화폐 고안뒤
2009년 비트코인 첫 출현


비트코인 열풍이 거세다. 최근 개당 가격이 7000만 원을 넘는 등 재테크 광풍과 맞물리며 연일 상승세다. 변동성과 규제 리스크가 커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음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연일 커지고 있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화폐(Digital Cash)는 이제 세계 경제 시스템을 하나둘 바꾸고 있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곧 디지털 위안화를 내놓을 예정인데, 이를 통해 기축통화인 달러화를 견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중앙은행도 디지털 유로의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는 중이다.

핀 브런턴 뉴욕대 미디어·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의 ‘디지털 화폐’는 “전례나 기원이 없는 혁명적 형태”처럼 보이는 디지털 화폐가 언제, 어떻게, 누구의 손을 거쳐 태어났는지 추적한 책이다. 이 책에는 비트코인 등 디지털 화폐로 돈 버는 방법 같은 것은 없다. 다만 그것이 태어나기까지 있었던 다양한 실험과 그 실험이 현실이 된 오늘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어 디지털 화폐의 내일을 (물론 쉽지 않겠지만) 스스로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화폐는 “금융위기가 한창일 때 출시된 긴급 화폐”였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화폐가 단지 기술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디지털 화폐에 “오스트리아학파와 자유지상주의 신념”이 반영됐다고 강조한다. 19세기 말 태동한 오스트리아학파는 단순하게 정리하면 “개인의 주관성과 욕망을 존중하면서도 더 유동적이고 역동적인 경제”를 추구했다. 자유지상주의는 말 그대로 선택의 자유, 자발적 결사 등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오랜 역사를 가진 신념이다.

이 신념을 제도화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1930년대 태동한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들이다. 이들은 태생적으로 공공이익을 추구할 수 없는 기업 경영인들을 대신해 자신들이 산업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에 의한 통치-기술력을 통한 사회적 통제”가 테크노크라시들의 핵심 주장이었다. 정치로는 대공황 같은 큰 파고를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실용적인 공학과 무엇보다 ‘과학’의 틀에서” 세상을 개혁할 것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그럼에도 기술력의 한계 때문에 종이 화폐가 대세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면서 “부서지기 쉬운”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의 경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술 발달이 위조의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었다. 종이 화폐는 이 시기부터 위기일발이었다. 디지털 화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고 디지털 화폐가 1990년대 들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미 1970년대부터 다양한 논의와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비자(Visa)의 CEO 디 호크가 구상한 “전자적 가치 교환”(EVE·Electronic Value Exchange)이 있다. 그는 “지구 주위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해 원활하게 흐르는 ‘배열된 에너지’ 안에 보증된 알파벳-숫자 데이터”인 EVE가 “미래의 화폐”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장 중요한 사건은 1990년대 초반 소프트웨어 개발자 할 피니가 암호화폐를 고안한 것이다. 호크의 방식은 단지 화폐를 기존 기술에 태우는 것이었다. 반면 피니가 고안한 것은 조폐국이나 다른 신뢰기관이 없고, 참가자들이 익명일 수 있는 “그 자체가 일련의 전산 과정의 산물인 화폐”였다.

호크의 구상과 피니의 기술력은 2009년 비트코인 발행으로 이어졌다. 아직까지도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비트코인의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명)는 위조나 복제가 불가능한, 누가 사용하는지에 관한 정보는 생성하지 않는, 그러면서도 가치 있는 데이터를 비용마저 들이지 않고 만들었다. 그 디지털 화폐에 지금 세계인이 열광하고 있다. 경제와 기술 관련 전문용어가 많아 혹자는 읽기 어렵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다양한 시대의 과학소설(SF)들이 말한 미래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곁들이면서 그것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변용됐는지 보여주며 흥미를 유발한다. 돈의 한 형태로서, 오늘 우리 시대가 열광하는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화폐의 역사와 변천, 궁극에는 격변할 미래가 궁금한 이들이라면 일독을 권한다. 320쪽, 1만8000원.

장동석 출판도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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