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만에 열린 와세다대 입학식서 축사 무라카미 하루키

“사회에도 마음이란 게 있어
논리만으로 구제할수 없는 것
천천히 구해 나가는 게 문학

머리로 생각한 소설 재미없어
마음으로 써야 좋은 작품 나와”

올 캠퍼스에 하루키도서관 오픈


“소설이라는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처럼 직접적으로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기능을 빼놓고는 사회가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일본의 유명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사진)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다가 2년 만에 열린 와세다(早稻田)대 입학식에서 “사회에도 마음이라는 게 있다”며 소설의 사회적 순기능을 강조했다고 일본 TBS방송이 1일 전했다. 또 하루키는 “우리의 의식 속에서 논리만으로는 구제할 수 없는 것들을 천천히 구해 나가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면서 “마음과 의식 사이의 간극을 메워나가는 것이 바로 소설”이라고 밝혔다.

그는 새내기들에게 “세상은 좀처럼 안정되지 않지만, 올해 여기에 모두 모여 새로운 출발을 축하할 수 있다는 것은 멋진 일”이라며 축하를 건넸다. 그러면서 “좋은 소설은 머리가 아닌 마음에서 나온다”는 신념을 밝히며 “소설가는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글 쓰는 일에) 익숙해지지 않는다. 머리로 생각한 소설은 별로 재미가 없다.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좋은 소설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하루키는 올해 가을 와세다대 캠퍼스에서 개관하는 ‘무라카미 하루키 도서관’ 역시 ‘이야기를 열자, 마음을 말하자’를 모토로 두고 있다고 밝혔다. 와세다대 졸업생이기도 한 하루키는 2018년 집필 과정에서 나온 원고와 저서 등을 모교에 기증한 바 있다.

하루키는 본인이 생각하는 소설론도 펼쳐놓았다. 그는 “‘마음을 말한다’는 게 쉬울 것 같지만, 어렵다. 우리가 평소에 ‘이건 내 마음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마음 전체 중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들의 의식이란, 마음이라는 연못에서 길어 올린 한 컵 속의 물과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영역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우리를 진정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 나머지 영역의 마음이다. 의식이나 논리가 아니라, 더욱 넓고 큰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나 자신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을 어떻게 찾느냐. 그 역할을 해주는 것이 바로 ‘이야기’”라며 “이야기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읽어낼 수 없는 마음의 영역을 비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을 픽션이라는 형태로 바꿔 비유적으로 떠오르게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루키는 “소설가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면서 “소설은 1000년 이상 여러 형태로 사람들의 손에서 계승돼왔는데, 여러분 중에 이 전통을 따뜻하고 소중하게 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기쁘겠다”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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