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천지 원전’ 백지화로 아우성… 경북 영덕군 가보니

郡 “지원금 못내줘…법적소송”
주민 “보상 없이는 못 넘어가”
대책위 “정부,일방적 지정·철회”
산업부는 “지원금 회수는 정당”
郡, 경제 피해 3조7000억 될듯


“10년 가까이 행사하지 못한 재산권에 대한 정부 보상은 단 한 푼도 없습니다. 그나마 줬던 원자력발전소 유치 지원금마저 빼앗아가려고 하니 너무 억울합니다.”

정부가 천지 원전 건설 예정구역 지정 철회를 계기로 경북 영덕군에 준 원전 자율 유치 특별지원금(380억 원)을 회수할 움직임을 보이자 군청과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정부는 피해 보상 없이 어물쩍 넘어가지는 못할 것”이라며 벼르고 있고, 영덕군은 “지원금을 절대 내줄 수 없다”며 법적 소송으로 대응하기로 해 후폭풍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지난 1일 오후 천지 원전 예정구역 지정이 철회된 영덕군 영덕읍 석리. 동해안 해변도로를 낀 마을 주민들은 분노로 가득 찼다. 윤영곤 석리 천지 원전 생존권 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원전 예정구역 지정부터 철회까지 10년 가까이 정부는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했고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등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기만 했다”면서 “주민을 위해 지원금이 사용되지 않으면 정부를 상대로 반드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오는 3일 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영덕군청 역시 ‘빈손’ 우려에 불만을 드러냈다. 군청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에 따라 원전 예정구역 지정을 철회했기 때문에 군의 귀책사유는 없다”면서 “소송으로 반드시 지원금 회수를 막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12년 9월 영덕읍 석리·매정리·창포리 일대 324만여㎡를 천지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하고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14∼2015년 사이 3차례에 걸쳐 지원금을 군으로 입금했다. 군은 이 돈을 통장에 보관했다. 이런 가운데 2017년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자 산업부는 2018년 1월 영덕군에 지원금과 함께 이자마저 집행을 보류하라고 통보했다. 결국, 영덕군은 지원금에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가 지난 3월 29일 천지 원전 예정구역 지정 철회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원금 회수 여부는 조만간 열리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다”면서 “하지만 이미 법제처로부터 원전 건설이 취소되면 지원금을 회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천지 원전 건설이 불발되면서 영덕군은 기대했던 원전 운영 기간(60년) 각종 세금과 직·간접적 경제적 파급 효과 등 3조7000억 원에 달하는 이익도 얻지 못하게 됐다. 군청 관계자는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원전을 유치했지만 아무것도 남은 게 없다”면서 “대안 사업 마련 등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영덕 = 박천학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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