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대책회의’ 소집 배경

車넘어 IT기기·가전도 ‘부족’
공급난 심화땐 세계경제 타격
단기간내 문제 해결 어려울듯
‘美·中 무역전쟁 일환’ 해석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품귀 사태 해결을 위해 이례적으로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은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북미 자동차 공장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 수급 차질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으로 촉발된 공급 부족 사태는 전자장비와 정보기술(IT) 기기, 가전 등 글로벌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 산업계의 숨통을 죄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만큼, 오는 12일 백악관 대응회의에서 전반적인 반도체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추가 투자 등을 유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2일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안보 및 경제 보좌관들은 반도체, 자동차 업체들과 만나 반도체 대란 대응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반도체 품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자동차 판매수요 예측 실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IT 기기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에 생산 능력을 넘어서는 주문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인 이미지센서,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 다른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이번 대응회의 소집을 통해 반도체 시장 전반의 수급 상황을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미국이 반도체를 사야 하는데 대부분 물량을 해외에서 구매하다 보니 불안심리가 가중되고 있다”며 “이번 회의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반도체 업체들과 전반전인 반도체 수급 상황을 점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어떤 안건들이 논의될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삼성 등을 상대로 공장 추가 증설 등을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초유의 반도체 품귀 해소 테이블을 마련한다 해도 단기간 내에 공급 부족 상황이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응을 미·중 무역전쟁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아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려는 포석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 기술학회장은 “미·중 무역 갈등 본질이 반도체”라며 “미래 자동차에도 다 반도체가 들어갈 정도로 우리는 반도체 없이 못 사는데, 결국 이런 부분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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