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실수사로 인한 위법 인정
유족들 손해배상 소송…“1억3천만원 배상”
“‘소멸시효가 지났다’ 주장은 정의에 반해”
범인 지목 스리랑카인, 공소시효 도과 무죄


1998년 대구 여대생 성폭행 사망사건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당시 경찰의 부실수사로 인한 위법을 인정하며 국가가 유족들에게 총 1억3000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관용)는 2일 대구 여대생 사망사건 피해자 정모(당시 18세)양의 유족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1998년 10월17일 새벽 학교 축제를 끝내고 귀가하던 정양이 구마고속도로에서 덤프트럭에 치여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해 12월 사건은 단순 교통사망사고로 종결됐고, 덤프트럭 운전자는 과실 불인정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됐다.

당시 사건 장소는 정양 집과는 반대 방향이었고, 거리는 약 7㎞ 떨어진 곳이었다. 또 정양은 속옷을 입지 않은 채 청바지와 정장 상의만 입은 채 발견됐다. 뒤늦게 발견된 정양의 속옷에서는 정액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양의 유족들은 수사기관의 부실한 초동수사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국가 측 대리인은 변론 과정에서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2013년 9월 스리랑카인 K씨를 성범죄자로 기소했고, 그때 비로소 수사기관의 잘못을 알 수 있었다”며 “자기 책임으로 빚어진 장애에 대해서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하는 것은 정의와 공평의 관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양은 속옷을 입지 않은 채로 상의와 바지만 입고 있었고 집 방향과 7㎞ 떨어진 구마선 하행선 중앙분리대에서 발견됐다”며 “남자친구를 거꾸로 부축했으면 무단횡단 중 사고를 당했다고 보기에 부적절한 의심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 교통사고로 성급히 판단해 현장 수사와 증거 수집을 하지 않고, 증거물 감정을 지연하는 등 부실하게 초동수사한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게 경찰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성범죄가 의심된다는 진정이 있었지만 속옷 착용 여부를 영안실 직원에게 전화로 확인한 점 ▲질속 분비물 검사를 바로 시행하지 않은 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를 지연한 점 등을 부실한 초동수사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부실한 초동수사로 긴 시간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정신적 손해배상은 인정했다. 다만 정양이 살아있었다면 벌었을 수입에 대한 재산상 손해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국가가 정 양의 부모에게 각 2000만원, 형제 3명에게 각 5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고 당시 98년 10월17일부터 지연 이자를 계산하면 총 1억3000만원이다.

한편 2013년 정씨의 속옷에서 검출된 정액 DNA와 일치하는 인물로 스리랑카인 K씨가 지목됐다. 하지만 특수강간 혐의 공소시효 10년이 지나 처벌할 수 없었다.

무죄가 확정된 후 강제출국된 K씨는 스리랑카 현지에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K씨에게는 법무부의 요청과 달리 성추행 혐의가 적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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