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역대 정권 미래 디딤돌 만들어
5년차 문 정권 남긴 遺産 없어
다음 정권에 숙제만 남겨 놓아

쇼하더니 일자리 195萬 증발
도보 다리 쇼는 毒舌로 되받아
국민이 현명해야 亡國 막아내


5년 단임 대통령제 아래서 마지막 5년 차는 레임덕을 피할 수 없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권이 모두 5년 차엔 지지율이 20%대 이하로 떨어졌고, 박근혜 정권은 탄핵까지 당했다. 청와대 권력의 장악력이 떨어지면서 국정의 난맥상이 있지만, 그래도 역대 정권은 다음 정권에 긍정적인 정치적 유산(레거시)을 남기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전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 비리로 곤두박질쳤지만, 벤처 붐을 일으키고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초를 마련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라크 파병으로 한·미 동맹을 튼튼히 하고, 기업의 경쟁력 확보 기반도 닦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잘 극복함으로써 제2의 IMF 사태를 막아낸 공로는 평가할 만하다. 집값도 이때는 안정됐다. 박근혜 정부도 탄핵당하긴 했지만, 재정은 양호했다.

1년 남은 문재인 정권은 어떤 레거시를 남길지 살펴보면 참담함이 앞선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압도적 의석과 3권 장악에, 지방권력까지 가진 정권이지만 유산은커녕 각종 청구서만 잔뜩 남겨두고 있다. ‘음악 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 있죠/어둠만이 흐르고 있죠’라는 ‘연극이 끝난 후’ 노래 가사가 실감 난다.

지난 4년의 국정은 한편의 ‘대형 쇼’를 본 것만 같다. 이제 쇼는 끝나고 조명이 꺼져버린 초라한 무대를 봐야 하는 국민은 허탈한 심정이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고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만들어 쇼를 했는데, 최근 통계에 따르면 문 정부 출범 이래 주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풀타임 일자리’는 195만 개나 증발했다. 반대로 주 40시간 미만 근로자는 213만 명이나 늘었다. 주 52 시간제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각종 기업 옥죄기 법률의 통과 등이 낳은 결과다. 코로나19 핑계를 대지만 이미 그전부터 나타났는데, 세금 일자리 때문에 착시효과가 있었다. 집값 상승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임대차 3법 때문에 겪는 전·월세 대란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런데 이 정권 인사들은 법 제정 이전에 자신들의 손해는 절묘하게 피해갔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의원이 상징적이다.

법치는 또 어떤가. 사법부는 코드 인사 일색으로 배치해 이제 재판을 받는 피고인들은 먼저 판사가 어느 연구회 소속인지를 물어보고 변호사를 구한다고 한다. 대법원장이 버젓이 거짓말을 하고도 버티고 있으니 누가 사법부를 신뢰하겠나. 정권 비리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고 검찰총장을 못살게 한 끝에 결국 중도에 검찰을 떠나게 했다. 쫓겨난 검찰총장이 대권 후보 선호도 1위에 오르는 ‘이상한 나라’가 돼버렸다. 고위공직자 수사하라고 만든 공수처장이 ‘친정권 피의자(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를 관용차로 에스코트해 ‘황제 조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K-방역이라고 온 나라에 자랑하느라 코로나 백신 확보를 무시하다가 세계 112위의 백신 접종국 오명을 썼다. 다른 나라 사람들 해외여행 갈 때 우리는 내년에도 ‘마스크 대선’을 치러야 하는 신세가 됐다. 남북관계는 더 가관이다. ‘도보 다리 회담’ ‘백두산 등정’ 등 온갖 쇼를 하다가 이젠 북한 김여정이 갖은 욕을 해도 대꾸도 못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됐다. 김여정 한마디에 대북전단금지법을 만들 정도로 노예가 돼버렸다. 국제사회는 문 정권을 인권탄압국으로 보고 있다. 안보의 뿌리인 한·미 동맹마저 거추장스럽게 생각하며 친중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 팀이라고 자랑하던 당·청은 떨어지는 대통령 지지율 앞에 이별 연습을 하고 있다. ‘문재인 보유국’이라던 박영선 후보는 한 달도 안 돼 ‘문(文)’ 자조차 입에 담지 않는다. 친문 핵심 의원이라고 자처하는 이가 이젠 “대통령 임기는 1년 남았지만, 우리는 3년이나 남았다”고 공공연하게 얘기하는 지경이다.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문 정권이 만든 말기적 증상은 심각하다. 이렇게 나라답지 않은 나라가 된 데는 문 정권에 절대적인 책임이 있지만, 지난해 4·15 총선 때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준 국민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4·7 선거를 통해 국민이 개돼지가 아니라 깨어 있음을 보여줘야 할 때다.
이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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