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하며 쌓은 정보 = 데이터
850억개 신경세포 = 네트워크
경험·학습 등 따른 지능 = AI

디지털 뉴딜에 ‘뇌과학’ 유용


20세기 인류 과학사의 큰 성과인 생물학적 DNA 시대를 거쳐 21세기에 새로운 D.N.A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필자의 막내딸이 사랑하는 방탄소년단도 ‘DNA’를 불렀지만, 지금 말하는 D.N.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변화의 주축으로 급부상한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I), 그리고 뇌과학을 지칭한다. D.N.A는 혁신성장을 위한 디지털 뉴딜의 핵심 요소다. 2025년 이후 D.N.A가 진화해 우리 미래사회를 어떤 모습으로 바꿀까. 뇌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D.N.A는 각 분야가 서로 엮이고 상호 작용하면서 마지막에 인간의 ‘뇌(brain)’로 귀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데이터부터 살펴보자. 뇌에는 다양한 수준(multi modal)의 데이터가 존재한다. 여기에는 자기공명영상(MRI) 같은 뇌 영상 데이터도 있다. 뇌 영상 데이터는 지도로 치면 지구본에서 비행기 항로를 보는 것 같은 거시적 데이터다. 반면, 내비게이터로 골목골목 찾아다니는 상세지도는 전자현미경 등 특수장비로 신경세포 안의 작은 세포소기관이나 신경세포 간 접합부(시냅스)까지 볼 수 있는 미시적 데이터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모든 행동도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들이다. 먹고 자고 활동하는 동안 다양한 신경세포의 활성과 뇌 활동에 대한 엄청난 정보가 축적되고, 그것을 모두 데이터로 남기는 것은 인류 과학사의 대단한 도전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은 네트워크다. 뇌는 신경세포 간 상호작용, 즉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다. 뇌는 180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고, 약 850억 개 신경세포와 이를 지지하는 교세포로 이뤄져 있다. 신경세포의 표면적을 펼치면 축구장의 3배 면적이라고 하니 1.4∼1.6㎏의 가로 15㎝, 너비 15㎝, 깊이 20㎝로 평균 용적 1350㏄ 부피의 럭비공만 한 뇌에 비해 어마어마한 부피가 아닐 수 없다. 신경세포가 다른 신경세포와 연결된 부위를 시냅스라 하는데, 부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신경세포 1개가 약 1000∼1만 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신경세포의 복잡한 연결성으로 인해 뇌의 전체부위는 서로 연결돼 있는 회로망 구조를 갖게 되고, 뇌 신호전달을 위한 복잡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뇌는 자극을 주고 많이 쓰면 기능이 좋아진다. 뇌 운동을 많이 하면 안 하는 사람보다 신경세포 가지의 돌기가 많아져 더 활성화된다. 뇌는 회로망의 연결성과 뇌 부위 간 네트워크로 인해 유기적으로 함께 기능하기 때문에 되도록 지적 활동을 꾸준히 해주어야 한다. 뇌 부위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가 있다. 우리가 판단하거나 결정할 때 기분과 감정도 매우 변하는데, 이는 감정과 기분을 담당하는 뇌 부위(편도체)가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뇌 부위(전두엽)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학습효과를 높여주고, 남편과 아내의 업무능력을 최대치로 높여주는 좋은 방법은 아침에 서로 격려하고 사랑을 확인해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AI다. 2016년 3월 알파고 대 이세돌의 대국은 인류에게 원인 모를 패배감과 서늘함을 안겨주었다. 이전에도 알게 모르게 데이터 분석 등 생활에서 다양하게 적용된 기술이었으나 알파고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확 다가왔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뇌과학의 많은 연구에서도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알파고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이 ‘인간을 닮은, 인간을 따라 하는, 인간을 뛰어넘는’ 인간 모사(模寫) AI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두려움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인간 모사’란 인간의 뇌 작동원리에 기반한 AI다. 이는 궁극적으로 인간 뇌 작동원리를 이해하고 뇌의 구조와 활성을 정확하게 읽어내야만 만들 수 있는 AI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인지과학 박사과정에서 인간 기억의 메커니즘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해준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를 위협하는 다양한 바이러스와 공존하는(with virus) 환경이 될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인류는 뇌를 닮은 AI와 함께하는 ‘with AI’ 시대를 맞을 것이다.

한국뇌연구원 책임연구원
세계뇌신경과학총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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